쌍둥이 형이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 '형인 척' 팔아버린 쌍둥이 동생
쌍둥이 형이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 '형인 척' 팔아버린 쌍둥이 동생
출소 후 갈 곳 없는 '전과 22범' 쌍둥이 동생 돌봐줬는데
쌍둥이 형이 청약 당첨되자⋯형인 척 '아파트 분양권' 팔아 약 1억원 챙겨
마약 운전으로 적발된 순간에도 형 행세⋯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 확정

출소 후 갈 곳 없는 전과 22범 동생을 돌봐준 쌍둥이 형. 그러나 마음잡고 살줄 알았던 동생은 쌍둥이 형을 사칭하며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지난 2020년 6월 교도소에서 나왔다. 무려 전과 22범이었기에 출소를 하고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A씨를 받아준 건 쌍둥이 형 B씨였다. B씨는 동생 A씨가 교도소에서 나온 그날부터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해줬다.
그런 형 B씨가 어느 날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다. 두 형제가 같은 집에서 살게 된 지 한 달쯤 됐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A씨는 형에게 '축하' 대신 '배신'을 선물했다. 형 몰래 부동산 중개인에게 전화를 건 A씨. 이어 "아파트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 가액을 낮춰서 팔겠다"며 '형인 척' 사기 행각을 벌였다.
A씨가 형인 척 부동산 중개인을 속인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집에 있던 형 신분증과 아파트 분양권 서류 등을 챙겨 부동산을 방문하기만 하면 됐다.
부동산 중개인이 쌍둥이인 두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생 A씨를 아파트 분양권 명의자인 형 B씨로 착각한 중개인은 그대로 전매(轉賣·샀던 물건을 도로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 계약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A씨는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분양권 프리미엄과 계약비 명목으로 현금 1억원 가량을 받아냈다.
이 밖에도 A씨는 면허도 없이, 마약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됐을 때도 형 B씨를 사칭했다. 신분증을 달라는 경찰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던 A씨가 조용히 건넨 건 '또' 형 B씨 신분증이었다.
결국 A씨는 각종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만 2번을 받았다. 첫 재판은 마약 불법 소지·투약과 무면허운전, 공문서부정행사 등 혐의에 대해서였다.
지난해 1월,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강산아 판사는 "피고인이 22회에 걸쳐 형사 처벌을 받았고 그중 4회는 마약 범죄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또 마약을 소지·투약하고, 교통사고를 낸 다음엔 형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꾸짖었다.
이에 강 판사는 A씨의 각종 범죄 혐의를 다 합쳐 징역 1년 6월과 벌금 70만원, 추징금 20만원을 선고했다.
그후 4개월 뒤 이어진 부동산 사기 관련 1심에서도 실형이 나왔다. 이번엔 징역 2년 6월이었다. 1심 판결 결과를 모두 합치면 A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총 징역 4년이었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 형사7단독 황성민 판사는 "A씨가 자신을 아파트 분양권에 실제 당첨된 쌍둥이 형으로 속이고, 부동산 중개인인 피해자로부터 약 1억 1500만원을 편취했다"면서 "특히 출소 후 불과 한 달 만에 이러한 범행을 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자신을 믿고 받아준 쌍둥이 형을 배신한 A씨는 가족 곁에서 다시 교도소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A씨는 "교통단속 당시 경찰에게 형 신분증을 내민 건 실수였다"고 주장했고, "형량도 너무 무겁다"며 항소장을 냈다. 그렇게 이어진 항소심(2심)에서 A씨는 징역 3년 6월로 감형을 받았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김형철 부장판사)는 A씨가 저지른 부동산 사기나 마약 불법 소지·투약, 도로교통법 위반(위험운전·무면허운전) 혐의 등은 모두 유죄로 봤다.
다만 A씨가 마약 투약 후 운전을 하다 경찰에게 걸린 날, 형의 신분증을 건넨 '공문서부정행사죄' 혐의는 무죄로 봤다. "마약을 한 상태에서 경찰에게 형 신분증을 건넨 건 '착오' 때문"이라고 한 A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에 취한 상태였음을 고려할 때, 형의 신분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해 내밀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서 총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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