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공사하고 6억 떼인 업체…경호처 "계약서 없으니 돈 못 준다"
대통령 관저 공사하고 6억 떼인 업체…경호처 "계약서 없으니 돈 못 준다"
"긴급 사안"이라며 구두로만 지시
국가 믿고 '선(先)공사'했다가 소송 나선 업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5년 7월 22일 방송 장면.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나중에 다 정산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대통령 관저와 경호 시설 26곳을 수리했지만, 6억에 가까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결국 소송에 나선 업체가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법정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돈을 줄 의무가 없다"고 맞서면서, 국가를 믿고 '선 공사 후 계약'을 진행한 업체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긴급 사안"이라며 계약서 없이 시작된 26건의 공사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업체의 법률 대리인 이동건 변호사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26건의 공사에 관해 전부 계약서를 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한남동 관저와 경호처 관사, 삼청동 안가 등 총 26건의 크고 작은 공사를 맡았다.
이 업체가 공사를 맡게 된 배경에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와 경호동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력이 있었다. 이동건 변호사에 따르면, "경호처가 이 업체를 기억하고 있다가 용산 대통령실 이전 관련 공사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사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는 식의 구두 지시가 이어졌고, 계약서는 사후에 작성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업체 측은 "긴급했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경호처의) 주문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계약서는 끝내 작성되지 않았고, 공사비 미지급액은 5억 8,600만 원에 달했다. 이 변호사는 "이 금액은 업체의 이익률을 제외하고 순수 공사 원가에 부가가치세 정도만 더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문제 제기 막은 '국가보안법' 경고
더 큰 문제는 업체가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도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던 배경에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공사 현장에 출입할 때마다 '보안각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 변호사는 업체 측이 경호처로부터 "공사 내역을 외부에 이야기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압박 때문에 업체는 감사원 감사나 검찰 조사가 진행될 때도 "미지급 공사 대금이 있다"는 사실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내역을 진술하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 시설이라는 특수성이 되레 업체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셈이다.
"계약서 없다"는 경호처…법정에서 가려질 진실
결국 업체는 지난해 11월, 대통령경호처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법정에서 "계약상 공사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설령 공사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대금 입증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업체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체와 소통하던 경호처 직원이 공사 관련 비위 사실로 업무에서 배제된 점, 일부 공사가 현대건설 주도로 바뀌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었던 점도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기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된 공사가 '계약서 부재'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그 책임 소재를 둘러싼 치열한 법적 다툼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