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치고 도망가더니 "내 퇴직금에서 받아 가라"는 회사 동료
사기 치고 도망가더니 "내 퇴직금에서 받아 가라"는 회사 동료
회사 동료들에게 사기 치고 도망가더니 "돈 갚겠다" 연락
남의 월급, 본인 동의만 있다면 대신 받을 수 있을까?

사기 치고 도망간 회사 동료가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과 월급이 있는데 그 돈을 주겠다"며 연락이 왔다. 가능한 일일까?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 B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피해자는 A씨 말고도 다른 직장동료까지 여럿이다. 피해 금액은 총 3000만원. 사건 이후, B씨는 도망을 가버렸다.
최근 B씨는 A씨에게 돈을 갚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과 남은 월급이 있는데 그 돈을 A씨에게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회사에 연락을 해놓을 테니 A씨가 직접 찾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B씨가 직접 수령해야 할 월급 등을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회사에 요구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몰라서다.
앞서 피해자들이 회사 측에 B씨 월급과 퇴직금을 나눠서 달라고 요구해봤지만 회사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B씨 동의가 있었으니 가능할까?
A씨는 회사가 요청을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없을지 궁금하다.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A씨가 B씨의 월급과 퇴직금을 대신 수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에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태서의 한지선 변호사는 "임금의 직접 지급 원칙상 A씨가 회사 측에 요구해 임금을 대신 수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호사 이준헌 법률사무소'의 이준헌 변호사 역시 "B씨가 회사에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A씨가 임금을 대신 수령할 수는 없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회사가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A씨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다음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지급명령 신청
법률사무소 한길로의 박종현 변호사는 "B씨를 상대로 지급명령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급명령은 법원이 돈을 빌린 사람에게 "돈 갚아라" 하고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법원이 홍보하는 '간이구제 절차'다.
실제 신청이 간단하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법원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끝이다. 돈을 빌린 사람의 인적사항과 계약서 등 돈을 주고받은 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법원은 지급명령 신청서가 접수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바로 지급명령을 결정한다. 지급명령은 청구에 대한 변론이나 판결 없이 당사자가 신청한 서류만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송절차와 달리 간편하다.
단,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가 이의신청을 하면 이 절차로 끝나지 않는다. 정식 민사소송이 시작된다.
2. 민사 소송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민사소송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①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소송 ②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이다.
①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란 타인의 불법적인 행동으로 재산상 또는 신체·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이 사례에서 B씨의 행위인 '사기'가 불법 행위다. 따라서 A씨는 사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이 있다면 "돌려달라"는 의미의 대여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엔 A씨가 B씨에게 '돈을 그냥 준 것'(증여)이 아니라 '빌려준 것'(대여)이라고 입증해야 한다. 보통 차용증 등 대여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을 경우 이 방식을 선택한다.
A씨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A씨가 확보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더 유리한 방식의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B씨가 '사기를 쳤다'는 증거가 더 많다면 ①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B씨가 '돈을 빌려 갔다'는 증거가 더 많다면 ②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말이다.
3. 형사 소송
B씨에 대해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민사소송을 쉽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김준환 변호사는 "B씨는 A씨에게 약속한 날까지 금전을 반환하지 못했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A씨를 속여 금전을 취득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금전을 스스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도 없어 보이는데 이 경우 형사 고소를 진행해 상대방이 사기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이게끔 하여 스스로 금전을 반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형사고소를 통해 B씨가 사기죄로 처벌받는다면, 민사소송의 첫 번째 방식 '①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