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여보냈다” 안동 시험지 절도, 행정실장은 왜 '침입 경로' 열어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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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여보냈다” 안동 시험지 절도, 행정실장은 왜 '침입 경로' 열어뒀나?

2025. 07. 17 12:2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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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기간제 교사, 시험지 훔치려다 ‘오작동 경보’에 덜미

범행 도운 행정실장, “운영위원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의문투성이 해명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를 묵인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행정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후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시험 전날의 고요를 찢는 경보음은 ‘막장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학부모와 전직 교사가 한밤중 시험지를 훔치려다 붙잡혔다. 완벽하게 계획된 듯 보였던 범행은 영화처럼 터진 ‘시스템 오류’ 하나에 모든 진실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가 들여보냈다”며 태연히 범행을 덮으려 한 30대 행정실장이 있었다.


시험 전날 새벽의 침입자, 그리고 더 수상한 조력자

사건이 발생한 건 1학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지난 7월 4일 새벽 1시 20분경.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법학박사에 따르면, 학교 경비 시스템이 요란하게 울리자 당직 교사는 CCTV를 통해 여성 2명이 교무실에 침입했다 도주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침입자는 학교에 정식 등록된 지문으로 현관을 통과했다. 수소문 끝에 확인된 지문의 주인은 놀랍게도 1년 반 전 학교를 떠난 30대 기간제 교사 A씨였다. 당직 교사가 급히 학교 행정실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더욱 믿을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들여보낸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상식 밖의 반응에 의심을 품은 당직 교사는 학교에 정식 보고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해 전직 교사 A씨와 현직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B씨를 붙잡았다. B씨의 딸은 이 학교에서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우등생이었다.


하늘이 도운 ‘오작동’…완벽했던 범죄 계획의 균열

그들은 어떻게 경보음 하나 울리지 않고 교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을까? 그들의 계획은 치밀했다. 손 박사는 "A교사는 과거 근무 당시 등록했던 자신의 지문 정보가 삭제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교무실 비밀번호도 그대로였고, 봉인되지 않은 채 따로 보관하던 ‘여분의 시험지’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범죄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들이 교무실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 원인 모를 시스템 오류로 보안 시스템이 재부팅되는 우연이 발생했다. 다시 켜진 시스템은 내부에 있던 두 사람의 움직임을 ‘침입’으로 인식했고, 경보음을 울렸다. 이 ‘오작동’이 아니었다면, 범행은 완벽하게 성공해 또 한 명의 ‘가짜 1등’을 만들어낼 뻔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3년 전 A씨가 B씨의 딸에게 불법 과외를 해주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사이에는 수백만 원의 금전 거래가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풀리지 않는 의문, 행정실장은 왜 ‘공범’이 되었나

이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30대 행정실장의 존재다. 그는 왜 위험을 감수하며 범행에 가담했을까?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학교 운영위원인 학부모 B씨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오히려 경찰은 행정실장이 A교사를 돕기 위해 시험지 보관함의 잠금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을 파악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CCTV 영상을 삭제하려 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결국 구속됐다.


손 박사는 “행정실장과 A교사가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금전이 아닌,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적인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숙명여고 사건’의 교훈…“성적 지상주의가 부른 파멸”

2018년 교사·학교 내부자와 학부모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했던 '숙명여고 사건'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던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직접 증거는 없었지만, 경찰과 사법부는 문제집까지 풀어가며 치밀하게 간접 증거를 쌓아 유죄를 입증해냈다.


판결문에는 수학 문제 풀이 과정까지 상세히 적시하며 ‘암산으로 풀었다는 주장이 비상식적’임을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6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두 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아버지는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되며 파멸을 맞았다.


안동의 ‘가짜 전교 1등’ 역시 0점 처리와 퇴학은 시작에 불과하다. 형사 처벌이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한 학생의 인생이 부모의 비뚤어진 욕심에 송두리째 무너졌다.


퇴사한 교사의 지문 정보를 방치하고, 시험지를 허술하게 관리한 학교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모든 학교의 보안 시스템을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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