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재계약 복비 분쟁, ‘이것’ 모르면 꼼짝없이 당한다
월세 재계약 복비 분쟁, ‘이것’ 모르면 꼼짝없이 당한다
단순 재계약인데 법정 수수료 요구하는 부동산
중개 행위 없었다면 지급 의무 없어
‘대필’만 했다면 더더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기존 조건과 동일하게 재계약을 진행하려던 A씨. 부동산에 재계약 의사를 전달하자, 공인중개사는 “재계약도 중개에 해당하니 법정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A씨는 계약 조건 변경도 없이 서류 작업만 하는 것인데, 신규 계약과 동일한 수수료를 내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법적 근거를 몰라 섣불리 항의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임대차 재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복비) 분쟁은 끊이지 않는 문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미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을 연장하는 것뿐인데 수십만 원의 수수료를 다시 내는 것이 아깝고, 공인중개사는 재계약이라도 계약서 작성 등 중개사의 노력이 들어갔으므로 정당한 보수라고 주장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재계약 시 중개수수료 지급 의무와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짚어본다.
재계약도 '중개'에 해당할까? 법정 수수료의 근거는
현행 공인중개사법에는 재계약 시 중개수수료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이다. 분쟁의 핵심은 공인중개사가 재계약 과정에서 ‘중개 행위’를 했는지 여부다.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는 ‘중개’를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판례는 중개수수료 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중개업자가 계약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1. 7. 16. 선고 2020가단5486 판결).
따라서 재계약이라 하더라도, 공인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보증금이나 월세 조정, 계약 기간 협의 등 새로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는 ‘중개 행위’에 해당하여 법정 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계약과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단순히 계약서 작성만 도와주는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는 법에서 정한 ‘중개 행위’로 보기 어려워 법정 수수료 전액을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
‘대필’만 해줬는데 법정 수수료?…“지급 의무 없다”
만약 공인중개사가 계약 조건 협의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된 내용을 단순히 서류로 옮겨 적는 ‘대필’ 또는 ‘대서’ 역할만 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 법정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
판례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과 같이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수수료 지급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도(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1. 22. 선고 2020가단77905 판결), 중개 행위의 실질 없이 단순히 계약서만 대필한 경우까지 중개수수료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재계약 시 정식 중개가 아닌 계약서 작성 대행 서비스 명목으로 5~10만 원 정도의 ‘대필료’를 받기도 한다. 이는 법정 수수료와는 성격이 다른, 서류 작성에 대한 일종의 행정 수수료인 셈이다. 따라서 중개사가 실질적인 중개 행위 없이 대필만 해주고 법정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이를 거부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대필료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중개사의 서명·날인 없는 계약서, 효력은?
간혹 재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계약서에 자신의 서명이나 날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중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 행위를 통해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공인중개사는 반드시 계약서에 서명 및 날인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두16698 판결).
물론 공인중개사가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체결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효력은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발생한다. 다만, 공인중개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당신은 법적 의무인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으니, 이는 정식 중개 행위가 아니며 따라서 법정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과다 청구 시 대처법: 소비자분쟁조정위·소액심판 활용
만약 공인중개사가 법정 한도를 초과하여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중개 행위 없이 과도한 수수료를 청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인중개사법 관련 규정은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초과 부분만큼 무효다(대전지방법원 2024. 8. 21. 선고 2023가단202874 판결). 만약 이미 초과된 금액을 지급했다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소비자기본법 제60조). 이는 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 신속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거나 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소액사건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에 적용되는 소액심판은 일반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재계약 시 중개수수료 지급 의무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성사를 위해 얼마나 실질적인 노력을 했는지, 즉 ‘중개 행위’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 부당한 수수료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