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다는데 인수인계서 3번 반려…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퇴사하겠다는데 인수인계서 3번 반려…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퇴사 방해 정황 담긴 녹음·캡처 확보했다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직 후 잦은 이간질과 업무 배제에 시달리다 퇴사를 결심한 A씨. 하지만 회사를 떠나는 과정조차 순탄치 않았다. 상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인수인계서 승인을 3차례나 거부하며 퇴사 절차를 고의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괴로움을 증명할 상사의 욕설 녹음과 과거 팀원 모욕 정황이 담긴 메신저 캡처 파일도 있다. A씨는 이런 상사들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간질하는 팀장, 견제하는 파트장…결국 퇴사 결심
A씨는 이직 후 한 달간 아무런 업무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이후 팀장이 복귀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팀장은 파트장이 A씨를 견제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고, 파트장은 팀장을 믿지 말라고 하는 등 A씨를 사이에 두고 상사 간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A씨는 직급에 맞지 않는 업무와 수직적인 분위기 등을 이유로 퇴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팀장은 A씨와의 퇴사 면담 내용을 다른 부서장과 팀원에게 누설하며 분란을 일으켰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팀장이 다른 팀원들을 욕하는 내용까지 녹음했다.
'퇴사 방해' 나선 상사…인수인계서 3차례 반려에 서명 거부까지
문제는 퇴사 절차에서 터졌다. A씨가 다른 직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수인계서를 작성했지만, 파트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나 반려하며 승인을 미뤘다.
결국 A씨는 퇴사 당일까지 서명을 받지 못했고,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해 그간의 정황을 알렸다.
증거로는 ▲인수인계 고의 반려 정황 ▲과거 파트장 주도로 다른 퇴사자를 모욕한 단체 대화방 캡처 ▲팀장과의 면담 녹음 파일 등을 제출했다.
변호사들 “개별 행위 묶으면 명백한 괴롭힘 소지”
변호사들은 팀장과 파트장의 개별 행위들을 종합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팀장의 면담 내용 누설·이간질, 파트장의 지속적 견제·인수인계 고의 반려 등은 개별로는 애매할 수 있어도 반복성·지속성·조직적 정황이 결합되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수인계 고의 방해는 업무상 불이익 조치로서 독립적인 괴롭힘 행위로도 구성 가능하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 역시 "업무 배제, 이간질, 면담내용 누설, 퇴사 절차 방해는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신고 후 불이익'은 더 엄격한 위법 행위
특히 변호사들은 A씨가 인사팀에 문제를 알린 이후 벌어진 퇴사 방해 행위를 주목했다. 이는 단순 괴롭힘을 넘어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해 더 명백한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인사팀에 증거를 제출하며 신고 의사를 밝힌 시점 이후의 행위는 괴롭힘 신고에 따른 불리한 처우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괴롭힘 성립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퇴사 과정에서 발생한 고의적 방해 행위를 별도의 위법 행위로 분리하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정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별도로 엄격히 금지한다"며 "신고 시점 이후 인수인계서 서명 지연 등 불이익이 이어졌다면 이는 단순히 괴롭힘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보다 훨씬 입증하기 쉬운 별개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