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몰카' 신고하니…경찰 "가해자 동의 받고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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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몰카' 신고하니…경찰 "가해자 동의 받고 수색"

2025. 09. 23 10: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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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골든타임' 놓칠라…경찰의 '동의 수색' 방침에 법조계 "이례적이고 위험" 비판

남자친구의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한 A씨가 경찰에 압수수색은 간곡히 요청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증거 다 지우면 어떡하나요?"…피해자의 절규와 경찰의 '동의 수색'


수색하겠다는 씨는 수사관의 한마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연인의 배신이라는 고통에 이어, 범죄 증거가 눈앞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와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라는 두 번째 벽에 부딪힌 것이다.


A씨는 최근 남자친구를 카메라등이용촬영죄(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성관계 때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두려움에 차마 확인하지 못했던 지난날들. A씨는 불법 촬영물이 남자친구의 자택 컴퓨터나 노트북에 백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관에게 "가해자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수사관은 영장 신청 대신 "가해자 집에 직접 찾아가 동의를 받고 수색하겠다"고 답했다. 범죄 피의자에게 '당신 집을 뒤져봐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는 사이, 남자친구가 모든 디지털 증거를 삭제하고 유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A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법조계 "이례적" 한목소리…증거인멸 '골든타임' 놓칠 위험


법조계 전문가들은 경찰의 대응이 매우 이례적이고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성범죄는 증거인멸이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피의자 모르게 신속히 증거물을 확보하는 '강제수사'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피의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제출' 방식은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의 입장을 추측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자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경찰이 영장 기각을 우려해 손쉬운 동의 절차를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의준 변호사(법무법인 태하)는 "'몰카' 사건은 유출 가능성 때문에 피의자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반적"이라며 "수사관의 의지만 있다면 영장 발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수사 편의주의나 소극적 태도가 피해자를 더 큰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골든타임' 사수할 열쇠…'변호인 의견서'로 강제수사 압박해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변호인을 통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다. 피해자가 구두로 호소하는 것과 변호인이 법적 근거를 담아 서면으로 요구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천지 차이다.


성현상 변호사(법무법인 태신)는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강제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법리적으로 설명하고 수사관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견서에는 과거 불법 촬영이 의심됐던 구체적 정황, 증거인멸의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성 등을 담아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압수수색을 통한 강제수사는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박상호 변호사(캡틴법률사무소)는 "피의자가 이미 삭제한 데이터라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면 디지털 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영장은 반드시 발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동의하는 척하며 이미 증거를 지워버렸다면, '동의 수색'은 아무런 실익도 거둘 수 없는 셈이다.


남자친구의 배신에 이어 자신을 보호해야 할 시스템의 벽에 부딪힌 A씨. 그녀의 사례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책임이, 때로는 시스템이 아닌 피해자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달려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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