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주소 찍어주고, 1명은 물건 가져오고…그런데도 '2인조 도둑'은 아니라고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1명은 주소 찍어주고, 1명은 물건 가져오고…그런데도 '2인조 도둑'은 아니라고요?

2022. 02. 18 13:19 작성2022. 02. 18 14:28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쿠팡 콜센터 직원, 고가 물건 배송·반품 주소지 친구에게 알려줘

주소 알려줘서 훔치러 간 건데⋯2명 이상일 때 가중처벌하는 '특수절도' 아닌 이유

쿠팡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려 아이패드·노트북 등 고가의 전자기기를 훔친 콜센터 직원 등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순 절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2명 이상일 때 가중처벌하는 특수절도 혐의는 왜 적용이 안 됐는지 알아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쿠팡 페이스북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애플의 아이패드나 노트북처럼 고가 물건이 든 택배만 쏙쏙 골라 훔친 도둑이 붙잡혔다. 범행 배후엔 쿠팡 콜센터에서 일하던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이 콜센터에서 고객정보를 빼내 '어디에 고가 물건이 배송됐는지' 알려주면, 다른 한 사람은 해당 주소지로 가 물건을 훔치는 식이었다. 서울·경기 일대에서 단 6번의 범행으로 얻은 수익은 1000만원 가량. 정확한 택배 위치를 몰랐다면 불가능한 범죄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경찰은 이 사건 콜센터 직원 A씨와 그 친구 B씨를 단순 절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2명 이상이 합동해서 물건을 훔쳤는데, 왜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2명이 역할 나눠 물건 훔쳤으니, '특수절도' 아닐까 했지만⋯

일단 단순 절도와 특수절도는 형량부터 크게 다르다. 형법 제329조 단순 절도죄의 형량은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반면 2명 이상이 합동해 저지르면 적용되는 특수절도는 벌금형 없이 바로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다(제331조 제2항).


이와 관련해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은 "콜센터 직원 A씨가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B씨가 직접 물건을 훔치러 가는 식으로 서로 협력해 절도 범행을 한 건 맞다"면서도 "두 사람을 '특수절도'로 묶어 처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는 "특수절도는 물건을 훔치려 공모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한 범죄자들이, 범행을 실행하는 시점에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 관계에 있었는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쉽게 말하면, 각 범죄자들이 △물건을 훔치는 순간에 △같은 범행 현장에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현장성'이라고 부른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원'의 임채후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원'의 임채후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다원의 임채후 변호사는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 간에 이러한 '현장성'이 인정돼야만 특수절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에선 아내가 타인의 나무 한 그루를 뽑은 뒤에, 남편을 불러 훔친 나무를 차에 싣도록 한 경우에도 특수절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아내의 절도 범행이 다 끝난 뒤에, 남편은 현장에 찾아와 훔친 물건을 옮기는 역할만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론 '2인조'로 활동했더라도, 범행 현장에 한 사람만 있었다면 특수절도로는 처벌하기 어려웠다.


다만 변호사들은 "B씨가 절도를 하기 위해선, 콜센터 직원 A씨가 미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 전제였다"면서 "이 정도 공모관계라면, 최소한 A씨를 절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되면, 두 사람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형법 제30조). "주소만 알려줬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직접 물건을 훔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되는 것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