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대장암 3기…38년간 대소변 받으며 돌본 딸 살해한 여성에게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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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 대장암 3기…38년간 대소변 받으며 돌본 딸 살해한 여성에게 '선처'

2023. 01. 20 11:05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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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살인 혐의 적용으로 징역 12년 구형

1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38년간 대소변을 받으며 돌본 중증 장애 딸을 살해한 60대 여성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해당 여성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딸은 지적장애가 있는 1급 중증 장애인이었다.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스스로 대소변도 가릴 수 없었다. 그런 딸을 엄마 A씨는 38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봤으나, 결국 돌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살해했다. 딸이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A(64)씨는 울음을 쏟아내며 자책했다. "나쁜 엄마가 맞는다"며 "딸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죄가 너무 크다"고 했다. 이어 "(범행) 당시엔 버틸 힘도 없었다"며 울먹였다.


그런 A씨를 1심 법원은 선처했다.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였다.


남동생 "엄마는 항상 누나 머리 땋아주고, 이쁜 옷만 입혀서 키워"

재판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딸을 극진하게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거동할 수 없는 딸의 대소변을 직접 받으며 38년간 간병해왔다. 또한 남편은 타지역에서 일했고, 아들은 결혼해 따로 나가 살아 A씨 홀로 간병을 떠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아들이자 피해자의 남동생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어머니는 항상 누나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고 이쁜 옷만 입혀서 키웠다"며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깨끗하게 닦아 주는 일도 어머니가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5월,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했다. 딸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A씨의 아들은 "항암 치료를 희망으로 어떻게든 이겨보려 했지만, 혈소판 수치 감소로 항암마저 중단돼 어머니도 더는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나도 불쌍하고 엄마도 불쌍하다"며 "저와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이때까지 고생하고 망가진 몸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A씨도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며 "(범행 당시)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살인 혐의가 적용된 이상 중형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 "피고인, 그동안 피해자와 함께 지내면서 최선 다했다"

이에 법원은 선처를 택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류경진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A씨에게 실형이 아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작량감경(酌量減輕·법관 재량으로 시행하는 감형)을 해 준 덕분이었다.


재판부도 살인죄의 무게는 무겁다고 봤다. "장애로 인해 피고인(A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피해자는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다"며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선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이전까지 38년간 피해자를 돌봤고,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라며 "그동안 피해자와 함께 지내면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큰 죄책감 속에서 삶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도 이번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 안에서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던 A씨는 선고 이후 법정 밖에서 소리 내 울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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