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전 직원에 개인폰 포렌식 동의 요구…법원이 무효로 볼 4가지 이유
카카오, 전 직원에 개인폰 포렌식 동의 요구…법원이 무효로 볼 4가지 이유
"동의 안 하면 업무 불가" 사실상 강제
직원들 "불법 사찰" 강력 반발

카카오가 전 직원을 상대로 개인 휴대폰 포렌식 동의를 강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날 아침, 카카오 직원 A씨는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했다가 눈을 의심했다. 업무를 시작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서약서 팝업창. 그 안에는 '회사가 필요할 경우 개인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데 동의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동의' 버튼을 눌렀지만, 마치 자신의 사생활 전부를 회사에 저당 잡힌 듯한 찜찜함을 떨칠 수 없었다.
카카오가 수천 명의 전 직원을 상대로 개인 휴대폰 포렌식 강제 동의를 받으면서 '빅브라더'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들은 "있을 수 없는 불법 검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보 유출자 색출용" 공포에 떠는 직원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최근 카카오톡 개편 관련 내부 정보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고 입단속을 하려는 겁주기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불안감은 즉각 확산됐다. 직원들은 포렌식 가능성에 대비해 업무 관련 대화는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까지 삭제하는 등 자기 검열에 나섰다. 한 직원은 "비리 관련자도 아닌 전 직원을 상대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카카오는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별도의 개별 동의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할 것"이라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명백한 위법 소지" 4가지 핵심 쟁점
직원들의 반발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카카오의 조치는 여러 법률의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1. '강제된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우리 법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시 정보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 즉 자발적 동의를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서약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트라넷 접속을 막아 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강요이지, 자발적 선택이라 볼 수 없다. 직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은 사실상 강제 동의는 법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
2. '필요할 때 보겠다'는 포괄적 동의
"회사가 필요한 경우"라는 문구 역시 문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포렌식의 목적, 수집 항목, 보유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포괄적인 '백지 위임'식 동의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3. 회사 폰 아닌 '개인 폰'이라는 점
이번 포렌식 대상은 회사가 지급한 업무용 기기가 아닌, 직원의 사유재산인 개인 휴대폰이다. 개인 휴대폰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의 핵심 영역이다.
수사기관조차 법원의 영장 없이는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는 공간을, 민간 기업이 동의서 한 장으로 열어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4. '직장 내 괴롭힘' 해당 가능성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언제든 내 사생활이 감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괴롭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의 정보 자산 보호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그 어떤 명분도 법의 테두리를 넘어 직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