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덥다" 항의했더니 "나가라"…사장님 맘에 안 들면 가게 비워야 하나요?
"냉장고 덥다" 항의했더니 "나가라"…사장님 맘에 안 들면 가게 비워야 하나요?
냉장고 열기 더워서...냉장고 빼달라 요청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아파트 상가 내 대형 슈퍼마켓 한편에 임대한 매장에서 세탁소를 운영한다. 계약은 외국에 있는 형부 명의로 되어있다.
최근 폭염에 가게 앞에 놓인 슈퍼마켓 냉장고의 열기 때문에 너무 더웠다. A씨는 슈퍼마켓 사장이자 임대인인 B씨에게 냉장고 몇 대만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B씨는 A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매니저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A씨가 응하지 않자, B씨는 '인사를 안 한다', '청소를 안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내용증명을 보내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억울한 감정 싸움 때문에 가게에서 쫓겨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인사 안 한다', '청소 안 한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이유만으로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려면 법에서 정한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상산 채한규 변호사는 "'매니저가 마음에 안 든다', '인사를 안 한다', '청소를 안 한다'는 사유는 법적으로 계약해지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채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려면 임차인이 계약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 역시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유나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구두 약속 위반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정당한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3기분의 월세를 연체하거나, 임대인 동의 없이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전대)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진짜 쟁점은 '명의자와 운영자 불일치'…무단 전대로 볼 수 있나
변호사들은 임대인이 제기한 여러 불만 중 가장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계약자와 실제 운영자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임대인 동의 없는 '무단 전대'는 법에서 정한 계약 해지 사유이기 때문이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임대인이 가장 강하게 들고나올 수 있는 부분은 ‘계약자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 무단 전대다’라는 주장"이라며 "이 쟁점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계약자가 아닌 가족이 운영하는 것을 무조건 무단 전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임대인이 처음부터 질문자께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실을 알고 장기간 묵인하거나 승인했다면 무단전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은정 변호사도 "계약 초기부터 질문자님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을 임대인이 알고 있었고 이를 묵인하며 임대료를 받아왔다면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여 계약 해지를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임대인이 A씨의 운영 사실을 언제부터,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 있다.
내용증명 받았다면 '이렇게' 대응해야
변호사들은 임대인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가게를 비워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법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즉시 퇴거에 동의하거나 계약해지 확인서에 서명하지 말고, 계약해지 근거와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답변서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선 임대차 계약서에 '임차인 직접 운영'과 같은 특약 조항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오동현 변호사는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으로 해지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호평 배성환 변호사는 "임대인이 내용증명을 보내오면 지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반박하되 개선 가능한 부분은 즉시 시정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분쟁의 원인이 된 냉장고 문제에 대해서도 "영업 방해는 사진과 영상, 온도 기록 등을 확보해 두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