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kg 트레이너의 기묘한 PT 광고…판사가 찾아낸 '성매매' 시그널은
102kg 트레이너의 기묘한 PT 광고…판사가 찾아낸 '성매매' 시그널은
PT 광고라더니 꽉 끼는 삼각팬티 입고 배 나온 몸 강조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했지만 사이트에 '19금' 표시 안 해
벌금 300만원 선고

헬스트레이너 광고를 내세운 동성애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자가 청소년 유해 표시 의무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178cm, 102kg, 40대 훈남 트레이너", "벌크 머슬, 1:1 프라이빗 공간."
얼핏 보면 평범한 헬스트레이너 광고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탄탄한 복근 대신 불룩 나온 배를 훤히 드러내고, 몸에 딱 달라붙는 삼각팬티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운동 효과나 가격보다는 트레이너의 키, 몸무게, 그리고 은밀한 개인 공간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이 기묘한 광고들이 올라온 곳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사이트 운영자 A씨는 이 광고들이 "단순한 헬스·마사지 광고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뒤에 숨겨진 은밀한 시그널을 꿰뚫어 봤다.
'통베어' 취향 저격?… 헬스 광고의 탈을 쓴 '19금' 유혹
2014년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남성의 나체 사진이나 동성 간 성적 파트너를 구하는 글 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사이트의 내용은 조금 바뀌었다. 노골적인 나체 사진 대신 배 나온 건장한 체형의 남성 사진이 등장했다. 이른바 '베어(Bear)', '통베어' 등으로 불리는 체형으로,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 취향을 가진 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A씨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9금'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사이트는 반드시 청소년 유해 표시를 하고,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무시했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건전한 마사지 및 스포츠 게시물만 올렸을 뿐,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가격도 없는 PT 광고? 성매매 연상케 해"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광고의 목적을 의심했다.
일반적인 PT 광고라면 운동 효과나 프로그램, 가격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광고들은 그런 정보는 쏙 빼놓은 채 트레이너의 신체 사이즈와 '프라이버시 보장', '출장 가능' 같은 문구만 강조했다.
재판부는 "헬스트레이닝 광고라기보다는 특정 체형을 선호하는 독자들을 겨냥해 성적으로 어필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가의 돈을 지불하면 원하는 외형의 남성과 은밀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연상케 해, 청소년들에게 성매매 등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성애는 존중하지만, 왜곡된 만남 조장은 안 돼"
2심 재판부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 자체가 유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 소수자들의 성 정체성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가 청소년에게 미칠 악영향은 분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 정체성을 갓 깨달았거나 호기심에 들어온 청소년들이 성 소수자의 만남을 성관계만을 위한 일회성 만남으로 오해하거나, 돈으로 만남을 살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가질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초범이 아니었다. 2017년에도 같은 혐의로 적발돼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3년이나 유해 표시 없이 영업을 이어갔다.
A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항소심 도중에 사이트 내용을 대폭 수정해 방심위로부터 유해매체물 결정 취소를 받아냈다. 하지만 법원은 "재판 당시 사이트 내용과 현재 내용은 다르다"며 A씨의 꼼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