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이의 있음!] 'n번방' 박사의 죗값 "징역 15년이 아니라, 무기징역도 가능"
[변호사의 이의 있음!] 'n번방' 박사의 죗값 "징역 15년이 아니라, 무기징역도 가능"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죄 적용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
'제작죄' 인정되려면 넘어야 할 두 개의 고비 있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 뒤져봤더니, '제작'으로 인정될 가능성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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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서 수십 명의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그 과정에서 찍은 영상을 팔아 돈을 번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박사'가 19일 구속됐다. /SBS캡처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 '박사'가 19일 구속되면서 이제 관심은 그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앞서 로톡뉴스는 변호사들의 자문을 받아 '박사'가 최대 징역 15년 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안을 더 깊게 살펴본 경기남부법률사무소 김정훈 변호사는 "'박사'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사'가 평생 감옥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건지 김 변호사의 분석을 정리했다.
김정훈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 전문분야 인증을 받았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에서 가장 처벌이 무거운 범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다. 이 조항(제11조1항)은 아동⋅청소년을 이용해서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에게 적용한다.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김정훈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청소년 피해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영상을 찍어서 보내도록 강요했다. 이 경우를 "음란물을 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제작죄가 적용할 수 있다.
'박사'에 대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가 인정되려면 '두 가지' 고비를 넘겨야 한다. ① '촬영만 한 것'을 '제작까지 완료한 것'으로 봐야 하고, ②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행위를 가해자('박사')의 제작 행위로 봐야 한다.
두 가지(①⋅②)가 모두 성립한다면, "'박사'가 해당 영상을 제작했다"고 판단 내리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① 음란한 영상 촬영 = 음란물 제작?
헌법재판소 "제작 맞는다"
아청법에서 '제작죄'를 '유포죄'에 비해 무겁게 다스리는 이유는 죄질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한 번 제작이 완료된 영상물은 언제든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으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촬영 자체'를 제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냐가 쟁점이 된다. 두 달 전 헌법재판소(헌재)에서는 정확히 이 쟁점으로 심리가 이뤄졌다.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A씨에게 검찰이 '제작죄'를 적용하자, A씨가 법률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법에서 말하는 ‘제작’이 적용 범위가 너무 넓고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제작에 영리 목적이 있었는지, 동의는 했는지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단순히 촬영만 했는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곧바로 처해지는 건 지나치다는 취지였다.
이에 헌재는 "촬영과 제작 구분은 실익이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지금은 카메라나 컴퓨터 및 통신기기 기술로 단순 촬영한 디지털 영상을 즉시 유포가 가능한 음란물로 만들 수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촬영돼 재생 가능한 형태로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에 저장되면 하나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 판단 취지대로라면 '단순히 촬영만 한 것'도 제작이다.

② 피해자 스스로 촬영 = 가해자의 음란물 제작?
대법원 "그렇게 볼 수 있다"
'박사' 등 n번방 가담자들이 "우리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던 이유는 "피해자 스스로가 영상을 찍었다"는데 있었다. 자기('박사')가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영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과연 그럴까. 김정훈 변호사는 "비록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박사는 음란물 제작죄의 '간접정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간접정범(間接正犯)이란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에는 피해자도 포함한다.
즉 '박사'가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다면, '박사'는 간접정범이 된다.
대법원이 이런 법리를 정리한 판결을 지난 2018년 2월 내렸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체 사진과 신상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해서, 미성년 피해자들에게 음란 촬영물을 받은 B씨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원격으로 피해자들에게 음란 영상을 찍도록 한 B씨에게 강제추행죄를 적용하면서, "B씨는 간접정범"이라고 판시했다. 재판장이었던 박상옥 대법관은 "강제추행죄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며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 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16도17733)

대법원은 같은 해 9월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직접 아동·청소년의 면전에서 촬영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촬영 행위를 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2018도9340)
김정훈 변호사는 "'박사'는 미성년자에게 강제로 영상을 촬영하게끔 했다"며 "이 판례의 간접정범 논리가 '박사'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사의 행위는 아청법 제11조 1항의 아동⋅청소년을 이용해서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 조항의 법정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만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