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품귀에 "일반 봉투 허용" 카드 꺼냈다…추가 처리 비용은 어떻게 될까?
종량제 봉투 품귀에 "일반 봉투 허용" 카드 꺼냈다…추가 처리 비용은 어떻게 될까?
기후부 장관 "종량제 봉투 부족 시 일반 봉투 허용"
법조계 "비용은 지자체 세금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료 수급 불안으로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자, 장관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나프타 수급 불안 소문에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자, 주무 부처 장관이 "일반 봉투 사용 허용"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국 지자체의 54%가 6개월 치 분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오픈런'과 구매 수량 제한 사태가 빚어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일반 봉투 허용 시 쓰레기 처리 비용은 누가 내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관할 구역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의무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으며, 이들은 폐기물 양에 따라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다.
이 수수료를 걷는 합법적인 수단이 바로 종량제 봉투의 판매다. 종량제 봉투 가격 안에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며 처리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각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고려해 조례로 정해진다.
만약 장관의 말대로 일반 봉투 사용을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 종량제 봉투를 팔지 않으니 폐기물 수수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결국 수수료 없이 배출된 쓰레기를 치우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지자체가 일반 재정, 즉 세금으로 떠안아야 한다. 나아가 종량제 봉투 재고가 충분한 지자체와 부족한 지자체 간에 비용 부담 불균형 현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장관의 페이스북 글, 법적 구속력 있을까
그렇다면 김 장관의 일반 봉투 허용 지시는 지금 당장 법적 효력을 발휘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장관의 지시나 지침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행정규칙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 지침은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대외적 법적 효력이 없다.
결국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는 조치가 합법적으로 이뤄지려면,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조례를 고쳐야 한다.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다면 헌법에 따른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