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사회적 위험성이 작지 않다" 지적했지만, 10명 중 9명은 징역 2년 이하
"묻지마 폭행, 사회적 위험성이 작지 않다" 지적했지만, 10명 중 9명은 징역 2년 이하

15분간 여성 7명이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피해 여성들은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일명 '무차별 범죄'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20년 여름,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서 A씨는 처음 보는 여성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로 걷어찼다. 15분간 여성 7명이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피해 여성들은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사건 당일 여자친구와 함께 가게에서 술을 마시며 일상을 보내고 있던 A씨.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경찰 조사 결과,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일명 '무차별 범죄'였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불특정 다수를 폭행한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6월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이 범행과 같은 '묻지마 범죄'의 위험성이 모여 사회 불신이 커지고 국가의 재원이 안전보장을 위한 비용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결국 이 범행으로 인한 부담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그가 받은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A씨 사건 이후로도 이런 범죄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로톡뉴스는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치 판결문 중 '묻지마 범죄', '묻지마 폭행'이 언급된 판결문을 검색했다.

이 기간에 관련 범죄로 법정에 선 피고인은 모두 16명이었다. 이들의 범죄 특성은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자가 두 명 이상인 경우는 전체 판결문의 절반인 8건이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피고인은 앞서 언급한 A씨.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젊은 여성' 7명에게 기습적인 폭력을 가했다.
피고인 한 명당 피해자 네 명(3건), 세 명(2건) 두 명(2건)인 경우가 그 뒤를 이었었다.
이 중 세 명의 행인을 공격한 B씨의 경우,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는 행인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4분 뒤 인근 횡단보도에 서 있던 다른 행인의 뺨을 때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 그로부터 13분 뒤엔 또 다른 행인에게 다가가 팔로 목을 감아 조르고 넘어뜨리는 등의 피해를 입혔다.
우리 법원은 '묻지마 범죄'로 인해 다수의 시민들이 불안과 불신을 느끼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피고인과 특별한 인적 관계가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한 것으로 사회적 위험성이 작지 않다."
"묻지마 폭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 행해질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평온을 크게 저해하여 그 피해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회일반에 미친다."
하지만 판결 결과는 사뭇 달랐다. 전체 피고인(16명) 중 10명에겐 실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그 형량은 낮았다. 묻지마 범죄로 강력 범죄인 살인미수를 저지른 한 건(징역 8년 선고)을 빼면 모두 2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됐다.

이미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었고, 석방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누범(累犯) 기간 등에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는 점에 비춰보면 가벼운 형벌이었다.
폭력 전과가 15회에 달하는 C씨 역시 그랬다. 그는 집행유예로 법원의 선처를 받은 전력이 세 차례나 됐고, 누범 기간에 또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지만 처벌은 징역 6개월이었다.
나머지 6명 중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앞서 언급한 3명의 행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B씨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였다. 그는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폭행한 점,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어 나머지 2명에겐 각각 700만원, 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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