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다 있다" 경찰 압박에 멘붕… '기억 안 나요' 말했다간 실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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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다 있다" 경찰 압박에 멘붕… '기억 안 나요' 말했다간 실형, 왜?

2025. 12. 01 16:0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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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만 봤는데 성범죄자라니"

경찰이 내민 '유령 DM'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트위터로는 야동만 봤지, 누구한테 연락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제가 미성년자한테 담배를 미끼로 조건만남을 제안했다며 조사받으러 오랍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어느 날 갑자기 '성범죄자'로 몰린 A씨의 절규다. 자신은 트위터를 '눈팅' 용도로만 썼을 뿐인데, 수사기관은 A씨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밀고 있다. 기억에 없는 범죄 혐의와 명확하다는 디지털 증거 사이의 간극,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당신이 5월 7일에 보낸 메시지다" vs "난 금시초문"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은 이날 A씨의 트위터 계정에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담배를 사줄 테니 만나자"며 조건만남을 제안한 정황을 포착했다. 단순히 의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경찰은 이미 트위터 본사와의 공조를 통해 해당 계정의 가입자 인적사항을 A씨로 특정했고, 구체적인 채팅 대화 내역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의 연락을 받은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해당 미성년자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며 "트위터는 성인 영상물을 보는 용도로만 썼지, 누군가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거나 만남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펄쩍 뛰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누군가 A씨를 사칭했거나 계정이 도용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찰은 확보된 디지털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온라인상의 '유령 대화'가 평범한 시민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자로 만든 셈이다.


'만남' 없어도 처벌… 스치듯 던진 말도 '중범죄'

문제는 A씨가 처한 상황이 법적으로 매우 위중하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만나지 않았으니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법의 잣대는 다르다.


현행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거나 '유인'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거나, 신체적 접촉이 없었더라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거액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게다가 미성년자에게 담배와 같은 유해 약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 역시 청소년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경찰이 "인적사항과 대화 내역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단순한 협박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은 보통 트위터 서버에 남아 있는 로그 기록이나 캡처본이 아닌 '서버 데이터'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기억 안 난다"는 최악의수… '해킹·도용' 기술적 입증이 관건

이런 상황에서 A씨가 혐의를 벗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혐의 부인이나 '기억이 없다'는 식의 진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 전문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 이미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기술적 증명'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계정 도용 및 해킹 여부 확인

경찰이 확보한 채팅이 이루어진 시각, A씨의 트위터 로그인 기록(IP 주소)과 실제 A씨의 위치를 대조해야 한다. 만약 A씨가 접속하지 않은 제3의 IP나 해외 IP 접속 기록이 발견된다면 해킹이나 도용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다.


② 기기 포렌식 및 알리바이 입증

사건 당일 A씨의 휴대폰 사용 내역과 동선을 파악해 트위터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나,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안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그 시간에 나는 다른 곳에 있었다"고 증명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③ 디지털 증거의 신빙성 탄핵

경찰이 제시하는 채팅 내역이 원본 데이터인지, 혹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캡처 이미지인지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 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원은 일관된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례(2024노1754)에서도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입증 부족을 다툰 경우, 이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기도 했다.


결국 A씨가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는 "나는 야동만 봤다"는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내 계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해 내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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