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다음 날 찾고도 5년 9개월 정신병원 방치⋯안일한 초동 대처에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실종 다음 날 찾고도 5년 9개월 정신병원 방치⋯안일한 초동 대처에 국가 배상 책임 인정
경찰은 외면하고, 병원은 방치했다
지적장애 청년 죽음 내몬 국가·병원 배상 판결

실종 신고된 지적장애 청년을 경찰과 지자체가 신원 확인 없이 무연고자로 처리해 병원에 방치한 데 대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셔터스톡
지능 지수가 5세 아동보다 낮은 21살 청년 A씨가 집을 나선 것은 2001년 8월 29일이었다. 아버지는 다음 날 곧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A씨는 경찰청 전산망에 등록되었다.
불과 하루 뒤인 31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원에서 경찰은 길을 잃고 배회하던 A씨를 발견했다. 양쪽 귀가 부어있고 온몸에 까만 기름때가 낀 상태였지만, 경찰은 지문 채취나 전산 조회 등 기본적인 신원 확인 절차조차 밟지 않았다.
그저 이름도 주소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를 '무연고자'로 단정 짓고 구청에 인계한 것이다. 이후 구청은 그를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며칠 뒤 십지 지문을 채취해 경찰에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문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신원 확인은 번번이 무산되었고, 경찰과 구청은 실종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5년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를 정신병원에 방치했다.
환자 66명을 보호사 단 1명이 관리
비극의 끝은 너무도 참혹했다. 스스로 물 마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보호실에 격리되었던 A씨는 2007년 5월, 보호실 출입문 상단의 좁은 관찰구에 목이 낀 채 질식하여 사망하고 말았다.
환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병원은 66명의 환자를 단 한 명의 보호사에게 맡겨두었고, 심지어 사고 당일 보호사는 순찰 수칙을 어기고 간호사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망 6일 만에 확인된 진짜 이름
그의 진짜 이름은, 사망 직후 경찰이 다시 십지 지문을 채취한 지 불과 6일 만에 확인됐다. 재판부는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병원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법원은 경찰의 초동 대처를 두고 "권한의 불행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로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엄히 지적했다.
이어 "5년 9개월 동안 부모에게 인계되지 못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의 공동 책임을 물어, 국가와 성남시가 연대하여 유족에게 총 1000만 원의 위자료를, 병원 원장은 유족 각자에게 약 135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