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세브란스병원 사망사고 의무기록 입수…논란되자 진단명부터 집도의까지 '싹'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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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세브란스병원 사망사고 의무기록 입수…논란되자 진단명부터 집도의까지 '싹' 수정

2021. 03. 26 11:25 작성2025. 08. 08 16: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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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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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는 상태로 응급실 실려 왔는데 18시간 만에 사망한 피해자⋯어머니가 국민청원까지 올렸는데

사망 직후부터 국민청원까지 1개월 만에 확연히 달라진 병원의 의무기록

유족 측 법률 대리인 "대형 병원 상대로 소송하는 건 어려운 일⋯하지만 진실 밝히기 위해 끝까지 갈 것"

지난해 12월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환자로 온 30대 남성이 사망한 사건. 그런데 유족이 사망한 지 한 달 뒤 뗀 의무기록은 조금 이상했다. /연합뉴스 제공⋅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12월,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응급환자로 입원한 30대 남성. 119 구급대에 실려 오긴 했지만 본인의 CT 촬영 동의서에 직접 서명을 남길 만큼 의식이 또렷했다. 그러나 그는 병원을 찾은 지 18시간 만에 차갑게 식어 가족의 품에 안겼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병원의 늑장 대응이 불러온 참극"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들이 떠난 지 한 달여가 되어가는 무렵이었다.


그런데 이때를 기점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망 직후 병원에서 받아온 의무기록(醫務記錄⋅환자의 질병에 관해 의료진이 남기는 모든 기록)과 1개월 뒤 받아 본 의무기록의 내용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에 없던 전문의 의견이 지난 1월 발급받은 의무기록에는 추가되어 있다. 전문의 의견 작성일도 2020년 12월 15일로 표기되어 있다. /부지석 변호사 제공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에 없던 전문의 의견이 지난 1월 발급받은 의무기록에는 추가되어 있다. 전문의 의견 작성일도 2020년 12월 15일로 표기되어 있다. /유족 측 대리인 제공


주요 진단명부터 수술에 참여했다는 의사들의 이름까지 바뀌어 있었다. '우연히도' 어머니가 해당 사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고, 언론의 관심이 주목된 직후 수정된 것들이었다.


3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인데⋯수술은 7시간이 지나서 시작됐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명한 병원이다. 이곳에서조차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의무기록의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 사건의 유족 측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의무기록의 변경으로 이익을 얻는 쪽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면서 "이미 병원 측은 사망한 A씨에게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피해자 A씨가 사망하기 바로 전날. A씨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부정맥 증세 등 때문이었는데, 이는 A씨 사망 원인인 대동맥 파열과 관계가 깊은 질병이다. 이미 비극의 전조를 보였던 셈이다. 그런데 진료를 받은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A씨는 인근 식당에서 쓰러졌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A씨가 진료를 받은 해당 과 전문의가 방송에 나와 '대동맥 파열은 3시간 이내에 치료하지 못하면 사망하는 치명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하기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A씨는 최초 입원 이후 7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병원 측의 늦장 대응이 피해자 사망으로 이어진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 1명뿐인 희귀질병으로 주 진단명 바뀌었다

사실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병원이 피해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피해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의무기록'인데, 이 역시 피해자를 담당한 의료진이 작성하게 된다. 불공평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불공정한 소송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기록이 수정되거나 훼손되면 피해자 쪽에서는 다툼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데 핵심과도 같은 주 진단명과 응급수술 담당 의료진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유족 측 대리인이 신속히 의무기록을 확보하도록 주문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에는 주진단명이 'Hematemesis'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유족이 해당 사건을 공론화를 시작한 뒤 'Aortoesophageal fistula' 바로 수정됐다. /부지석 변호사 제공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에는 주진단명이 'Hematemesis'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유족이 해당 사건을 공론화를 시작한 뒤 'Aortoesophageal fistula' 바로 수정됐다. /유족 측 대리인 제공


처음 뗀 의무기록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 4일 만에 확보한 것이다. 이후 기록은 어머니가 국민청원글을 게시하고 일주일 후에 발급했다.


후 기록에서 대표적으로 바뀐 건 최종 주 진단명이었다. 유족 측 대리인은 "후 기록은 대동맥식도루(Aortoesophageal fistula)라는 질병을 주 진단명으로 기재했다"며 "문자 그대로 보면 대동맥이 흐르는 식도 쪽에 구멍이 났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단 1명만 사례가 있는 희귀한 질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 기록에 기재된 주 진단명은 혈액구토증(토혈⋅Hematemesis)이었다. 후 기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유족 측 대리인은 "병원 측이 의료과실을 감추기 위해서 일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질환으로 진단명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의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선 판단조차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응급수술 맡았던 의사들의 이름도 바꿔치기했다

해당 병원은 사고 당일에 누가 A씨를 치료했었는지도 의무기록에서 변경했다. 응급수술에 참여했던 집도 의사와 보조 의사 모두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소견이나 진단 결과 등은 자세히 적기 위해 사후에 변경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수술에 참여한 의사가, 그것도 두 명 모두 변경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틀릴 수 없는 사실관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상 집도의 두 명은 한달 뒤 돌연 수정됐다. /부지석 변호사 제공
지난해 12월 19일 발급받은 의무기록상 집도의 두 명은 한달 뒤 돌연 수정됐다. /유족 측 대리인 제공


익명을 요구한 의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무기록이 한번 작성되고 나면 절대 고칠 수 없는 성격의 문서가 아니다"라면서 "바쁜 병원 일정에 쫓겨 당일에 바로 의무기록을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망 후 의무 기록을 뗀 지) 1개월 뒤에 집도의가 누구였는지, 의무 기록의 특정 내용들이 모두 바뀐 것은 일반적인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 되더라도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해당 사건을 맡은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의무기록의 주요 내용들이 왜 수정됐는지, 그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희석되진 않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의무기록의 신빙성을 밝히는 단계에서부터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해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유족 측 대리인에 따르면, 병원 측은 형법상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제233조), 위조사문서 등의 행사(제234조),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허위 기재(제22조 제3항) 등을 위반한 상태다.


지난달 고소장이 정식으로 접수된 만큼, 경찰 수사를 거쳐 사건의 내막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학병원을 상대로 이런 청원을 올리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누구도 제 자식처럼 비극적인 일을 겪어서는 안 됩니다."

- A씨의 어머니가 지난 1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발췌


유족 측 대리인 역시 "대형 병원으로 소송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면서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일지라도 피해자 가족들을 도와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세브란스병원 측의 입장도 들어봤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25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아직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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