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답은 정해졌으니 너희는 대답만 해…서울변회의 이상한 설문조사
[단독] 답은 정해졌으니 너희는 대답만 해…서울변회의 이상한 설문조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지난 12일부터 '법률플랫폼' 관련 변호사 회원 설문조사
설문조사 문항 보니 9개 질문 모두 '부정적' 경험만 선택 강요
여론·설문 전문가들과 검증해봤더니⋯"특별한 목적이 따로 있는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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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약 2만명의 회원에게 '법률플랫폼 관련 설문조사'를 보냈다. 총 9개 문항으로 구성된 비교적 간단한 설문. 그런데 설문 내용이 특이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서울지방변호사회 페이스북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12일 '법률플랫폼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서울회 소속 전 회원(약 2만명)에게 보낸 설문이었다.
총 9개 문항으로 구성된 비교적 간단한 설문. 그런데 설문 내용이 특이했다. 모든 질문과 선택항목이 '부정적인 경험'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플랫폼 이용시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직접 겪은 피해는 무엇인가요?
법률플랫폼 이용 경험과 무관하게,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법률플랫폼 이용 변호사들을 징계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객관식으로 받았는데, 법률플랫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아예 밝힐 수 없도록 했다. 모두 부정적인 내용으로만 객관식 답지를 채웠기 때문이다. 서울회의 질문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변호사 회원을 위한 선택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기타'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일반적인 설문조사와는 크게 달라 보였다. 로톡뉴스는 이러한 서울회의 설문조사 내용이 적절한지,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계 여론·설문조사 전문가들에게 해당 문항들을 보여주고 검토를 요청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은 예상보다 더 비판적이었다.
"이건 설문조사라고 볼 수가 없겠는데요? 결과를 모아봐야 쓰기 어려울 겁니다."
편향된 의견만을 접수하게끔 고안된, 설문조사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설문조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로톡뉴스가 가장 먼저 검토를 의뢰한 전문가 그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심의위원회였다. 공직선거에 활용되는 여론조사의 방법이나 질문내용 등 신뢰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위원회다. 여론조사에 관한 한 가장 큰 권위를 갖고 있는 기관이다.

현직 심의위원인 박해성 티브리지 대표는 "여론조사(설문조사)의 기본은 표본의 대표성과 질문 문항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라며 "법률플랫폼 이용자 가운데 긍정 경험자의 선택지가 배제된 편파적 설문 구성"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특히 법률플랫폼 이용 경험자에게는 피해 사례나 문제점만을 묻고, 이용하지 않은 경험자에게도 문제점을 지적하라는 식의 질문은 전형적인 유도 질문"이라며 "이러한 설문 설계는 결과적으로 조사의 타당성을 훼손시킨다"라고 전했다.
그 밖의 익명을 요구한 다른 현직 심의위원들도 동일한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제대로 된 설문조사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목적이 분명한 여론 활동에 가깝다", "해당 조사는 대단히 제한적이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조사"라는 평가였다.
언론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에게도 해당 설문조사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허경호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모든 설문조사 항목이 전형적인 유도 질문으로 보인다"며 "이런 설문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이용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라면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없고, 이용 경험 가부에 따라 질문지 구성을 달리해야 한다는 기초적인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객관적인 정책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질문자가 원하는 결론이 나와 있는 설문"이라고 전했다.

오직 부정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 구성만으로도 문제가 많은 설문조사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설문조사에 '플랫폼 이용자는 징계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법률플랫폼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징계될 수 있다"는 정보를 함께 준 꼴이다.
설문조사 5번 문항에 서울회는 "대한변호사협회 및 지방변호사회가 회규 개정 등을 통해 법률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선택지 ①. 즉시 징계 조치.
선택지 ②. 일정 계도기간 거친 뒤 징계 조치.
선택지 ③. 자발적 탈퇴 유도.
다른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번 질문에서도 "법률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선택지는 아예 없었다.
현재 법률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거나 고려하고 있던 회원이라면, 자연히 설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추후 징계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사실상 설문을 가장한 징계 압박 카드인 셈이다.

이에 대해 허경호 교수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 법률플랫폼 이용 경험자는 징계에 반대하고, 징계 대상에 해당이 안 되거나 부정적인 판단을 가진 사람은 징계해야 한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며 "건전한 의견 수렴을 위해 나온 질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문항을 본 한 변호사는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잘 답하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서울회에도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은 15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고, 조심스럽다"며 "아직 입장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 통화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회 대변인은 '설문조사에 징계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설문조사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걸 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변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회원 변호사 중에서 해당 설문조사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변호사 회원들이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다수의 변호사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 이메일 등을 통해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