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이 끌려갔는데..." 삼청교육대 피해자 5,000만 원 청구 기각
"영장 없이 끌려갔는데..." 삼청교육대 피해자 5,000만 원 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제1심 위자료 1,000만 원 적정해"
국가 배상 책임은 재확인

법원이 삼청교육대 피해자 A씨의 국가 배상 항소심에서 1,000만 원의 위자료가 적절하다며 원고의 증액 요청을 기각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5년 전 영장도 없이 길거리에서 붙잡혀 군부대로 끌려갔던 한 시민의 억울함이 뒤늦게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가가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피해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과거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배상 액수 산정에는 기존 판례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8-1민사부(재판장 정인재 판사)는 최근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2025나7875)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로 인해 국가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심(2024가단5312316)이 선고한 1,000만 원으로 확정되었다.
한낮 서울 한복판서 영장 없이 체포… 강원도 군부대서 보낸 '지옥의 한 달'
이 사건은 1980년 신군부 세력이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내세운 삼청계획 제5호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시민이었던 A씨는 1980년 12월 23일경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영장도 없이 검거되어 태릉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이후 강원도 소재의 한 군부대로 이송된 그는 1981년 1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이른바 '순화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수용되었다.
당시 교육 환경은 처참했다. A씨를 포함한 수용자들은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유격훈련과 각개전투 등 고된 육체 훈련을 견뎌야 했다. 일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가혹한 처벌이 뒤따랐으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A씨 역시 이러한 불법적인 구금 상태에서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40여 년 전 계엄포고는 위헌·무효"… 국가가 내세운 '시효 만료' 방어벽 허물다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국가의 배상 책임 성립 여부와 소멸시효 완성 여부였다. 국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며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2024년 7월 8일에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를 송달받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당시 배상의 근거가 되었던 '계엄포고 제13호' 자체가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발령 당시부터 이미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위헌·무효인 포고령을 집행하여 A씨를 강제로 구금하고 교육한 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 수행이며, 국가는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1,000만 원은 너무 적다" 피해자의 절규… 법원 "유사 사건 형평성 고려해 기각"
A씨는 제1심이 인정한 1,000만 원이 그간의 고통과 물가 상승분 등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하다며, 총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항소했다. A씨 측은 불법행위일로부터 배상이 장기간 지연된 점과 공무원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제1심에서 위자료 산정 기준으로 삼은 여러 사유와 유사 사건들에서 인정된 액수를 종합해 볼 때, 인정된 위자료가 너무 적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과거사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보상 범위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기준을 유지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312316 판결문 (2025. 5. 28.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