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잡혀" 확신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향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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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잡혀" 확신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향한 경고

2021. 12. 31 15:28 작성2022. 01. 04 11:46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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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초 위장수사제도 도입에 중추적 역할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을 만났다

디지털 성범죄자 척결을 위해 전국 일선 경찰관들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법 마련에 힘써온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 /안세연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었던 지난 2019년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팀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잡기 위해 대화방에 잡입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면허증, 신분증, 여권 암거나, 너인 거 알 수 있는 거."


조주빈은 형사와 기자 등을 골라낸다며 집요하게 '신분' 인증을 요구했다. 수사팀은 "다른 방법이 없느냐"며 시간을 끌었지만, 조주빈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결국 수사는 중단됐다.


경찰 신분을 숨기고 수사할 수 있는 '무기'가 없었기에 벌어진 비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이 가상 인물의 신분으로 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의 신분 비공개⋅위장 수사 특례가 처음으로 법에 명시되면서다.


디지털 성범죄자 척결을 위해 전국 일선 경찰관들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법 마련에 힘써온 이가 바로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이다.


위장수사 제도 시행 3개월 만에 경찰은 성범죄 피의자 75명을 붙잡았다. 이러한 성과에도 최 과장은 "중요한 건 '몇 명을 검거했느냐'는 게 아니다"라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판매자에게 '주위에 경찰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게 더 큰 의미"라고 했다.


상대방이 신분을 위장한 경찰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자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청에서 최종상 수사과장을 직접 만나봤다.


*최종상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은 최근 고위급 간부 승진 인사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오늘(31일)부로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기사에서는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직급으로 표기했다.


상대방이 신분을 위장한 경찰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자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청에서 최종상 수사과장을 직접 만나봤다. /안세연 기자
상대방이 신분을 위장한 경찰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자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청에서 최종상 수사과장을 직접 만나봤다. /안세연 기자


Q. 무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전국의 모든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휘⋅조정⋅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뿐 아니라 해킹이나 악성 프로그램 유포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 금융범죄 등도 맡고 있다.


수사에 있어서 입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으면 법률안을 만들어 건의하고,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나 국회 등을 상대로 설득에 나선다. 그외 수사관들에 대한 교육도 하고, 홍보 및 국제 공조수사도 총괄하고 있다."


Q. 지난해부터 꾸준히 언론 등에서 "위장 수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이 직책을 담당하다 보니,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가 눈에 훤히 보인다. 관련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느꼈고, 입법 과정에서 정부 기관과 국회 등을 설득에 나섰다."


Q. 제도 도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진 않다. 오롯이 저의 개인 노력으로 보는 건 과찬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에 공감했고,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정말 많았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국민들과 협업을 했다고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Q. 언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느꼈나?

"박사방 등 텔레그램 n번방 수사를 했을 때였다. 여기서 어떤 불법행위가 있는지, 단서나 증거를 수집하려면 우선 해당 (텔레그램)방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조주빈 뿐 아니라 '너 경찰 아니냐, 기자 아니냐'며 신분증을 요구하는 방장들이 정말 많았다.


이때 '나 경찰이다'라고 하면 방에 들여보내줄 리가 없지 않나. 들어갔다고 치더라도, 중간에 방장들이 계속 신분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완벽하게 신분을 감추려면, 신분을 위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Q. 기존엔 경찰관이 신분을 숨긴 채 수사를 할 수 없었나?

"법 개정 전에도 하긴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오히려 검거된 피의자들이 '경찰관의 꼬임에 넘어가 범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경찰관이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겠느냐. 이러한 문제를 처음부터 제도적으로 없애기 위해 위장수사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Q.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관에 대한 통제 장치는 있나? 남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휘⋅감독 체계를 갖춰놨다. 신분 비공개 수사의 경우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특히 신분 위장 수사의 경우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위장수사 기간도 무제한 허용되는 게 아니다. 신분 비공개수사는기본이 3개월로 제한되고, 신분 위장 수사의 경우엔 연장할 시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남용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남용이 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


Q. 지난 9월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관 4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단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비할 수 있는 수사관을 위주로 선발했다.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IT 수사역량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신분 위장이라는 특성상 정확한 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IT 수사역량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안세연 기자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IT 수사역량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안세연 기자


Q. 시행 3개월을 맞았는데 '위장수사 제도 덕분에 검거할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해줄 수 있나?

"이런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 같다. 그런데 사실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리는 건 어렵다. 수사 기밀이기도 하고, '이런 방법을 통해 검거했다'고 하면 위장 수사관의 신분이나 피해자가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이 보복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싶다."


Q. 구체적인 사례 소개는 어렵지만, '제도가 순항 중'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그렇다. 위장수사 제도 덕분에 검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 현재까진 제도가 순항을 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1년 정도가 지나면 제도의 성패를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Q. 위장수사의 성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고.

"그렇다. 이 제도 자체가 범죄 억제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실제 성범죄자들 관련 카페에 가보면, '이제 위장 수사관들이 수사한다는데, 우리 다 잡혀가는 거 아니냐', '나 예전에 10초 정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시청한 적 있는데, 진짜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불안해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10명 있다면 10명 모두가 범행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 때문에 범행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Q. 현행 위장수사 제도에 아쉬운 점은 없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발급이 안 되는 부분이 아쉽다.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고,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민등록증 발급이 안 된다고 해서 수사를 못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진 않아도 된다. 다양한 신분 위장 방법으로 수사와 검거를 이어가고 있다."


Q. 부임 초기 때만 해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맞다. 그때는 이제 막 웹하드 등에서 불법촬영물이 공유되고 있다는 게 수면 위로 드러나던 시기였고, 경찰에서도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이 이제 막 구성이 되던 시기였다. 지난 2018년 8월 무렵이었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 우선 공감이 형성되어야 수사 동기가 생기지 않느냐.


당시 직무 워크샵의 일환으로 '그것이 알고싶다-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을 다 같이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수사관 모두가 분노하면서 '저건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럼 누가 하냐? 우리 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의기투합했다."


"디지털 세계에선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며 "꼭 잡을 수 있다"고 최종상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은 강조했다. /안세연 기자


Q. 디지털 성범죄를 계속 접하다 보면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건강에 적신호가 온 적은 없나.

"우선 걱정해주셔서 무척 감사하다(웃음). 보람과 자긍심 덕분에 3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정말로 악랄한 범죄다. 악몽에 시달리듯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제도적 개선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Q. 아직도 "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디지털 세계에선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경찰은 해외 수사기관 및 텔레그램, 디스코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기업 등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첨단 수사기법을 발굴·활용하여 범인 검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 '설마 잡히겠어'하는 건 정말 오산이고, 반드시 잡을 수 있다는 경고를 드린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최종상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은 다시 한번 이 말을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 같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나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신들을, 우리 경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아넣겠다. 반드시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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