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면 끝?” 통신매체모욕죄의 반전... 고소 취소해도 ‘성범죄자’ 낙인 못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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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끝?” 통신매체모욕죄의 반전... 고소 취소해도 ‘성범죄자’ 낙인 못 피한다

2026. 01. 29 15:4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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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비방 넘어선 성적 비하의 끝

‘모욕’ 아닌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되는 이유

온라인상 성적 비하 발언은 단순 모욕이 아닌 합의 후에도 처벌받는 '성범죄'에 해당하며, 대법원의 처벌 기준 강화로 인해 강력한 사회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유튜브 댓글이나 SNS 메시지로 상대방에게 험한 말을 내뱉었다가 경찰 연락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통신매체모욕죄’라 부르며 가벼운 벌금이나 합의로 끝날 문제로 치부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성적인 표현이 단 한 마디라도 섞이는 순간, 이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닌 평생을 따라다니는 ‘성범죄 전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언어폭력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다. 피고인 A씨는 유튜브 채널의 한 영상에 “개씹XX”과 같은 성적 비하가 담긴 댓글을 게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적은 글일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0. 16. 선고 2023고정442 판결)


이러한 갈등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인스타그램 DM 등 우리 일상의 모든 통신매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게임 도중 상대방의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SNS에서 특정인을 향해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는 행위들이 전형적인 문제 사례로 꼽힌다. 독자들이 흔히 ‘통신매체모욕죄’라고 혼용해 부르는 이 행위의 실체는 사실 형법상 모욕죄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이하 통매음)가 얽힌 복합적인 범죄다.


합의하면 끝? 고소 취소해도 재판 계속되는 ‘비친고죄’의 공포

가해자들이 가장 크게 당황하는 지점은 바로 ‘합의’ 이후의 상황이다. 일반적인 모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소하면 사건이 종결되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적 비하가 포함된 ‘통매음’은 2012년 법 개정 이후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비친고죄’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하나의 댓글이 모욕죄와 통매음의 성격을 동시에 띠는 경우(상상적 경합),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모욕죄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검찰은 통매음 혐의로 재판을 강행할 수 있다. 광주지방법원의 판례(2021. 7. 14. 선고 2020고단3517 판결)를 살펴보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고소를 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며 주문에서 따로 공소기각을 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다.


결국 가해자 입장에서는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고도 성범죄 재판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온라인상의 언어폭력이 개인 간의 사과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국가가 관리하는 성범죄의 영역으로 엄격히 다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노 조절 못 했을 뿐”... 대법원이 차단한 ‘성적 목적’의 핑계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논리는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상대를 조롱하고 화를 내기 위해 비속어를 썼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과거 일부 하급심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성적 욕망’의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수원지방법원 2023. 5. 1. 선고 2022고단876 판결 등)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회피 전략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통매음에서 규정하는 ‘성적 욕망’에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만족감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2도10688 판결)


즉, 성관계 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를 성적으로 깎아내려 통쾌함을 느꼈다면 그 자체로 성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온라인상 성적 비하 발언에 대한 유죄 인정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이며, 가해자들의 주관적인 변명은 법정에서 힘을 잃게 될 전망이다.


벌금 300만 원 뒤에 숨은 ‘취업 제한’의 대가

처벌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 통매음과 모욕죄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더 무거운 형량을 가진 통매음을 기준으로 처벌받게 되는데, 법정형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달한다. 실제 유튜브 댓글로 기소된 사례에서 법원은 벌금 300만 원과 더불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0. 16. 선고 2023고정442 판결)


더 무서운 것은 뒤따르는 부가처분이다. 유죄 판결 시 성범죄자로 등록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이 함께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에게는 사실상 사회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온라인 시대의 손가락은 때로 칼보다 날카롭다. 하지만 그 칼날은 결국 자신을 향해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비난할 때 성적인 표현을 단 한 글자라도 섞는 행위는 스스로 범죄의 길을 택하는 것과 같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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