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본 것 같다" 애매한 신고에… 10년차 대기업 직원, 하루아침에 성희롱범 됐다
"가슴 본 것 같다" 애매한 신고에… 10년차 대기업 직원, 하루아침에 성희롱범 됐다
변호사들 “징계 절차·증거 불충분하면 무효 소송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 통의 성희롱 신고 이메일이 10년간 대기업에 헌신한 남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여직원의 "가슴을 본 것 같다"는 불분명한 진술 하나가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의 근거가 됐다. 외벌이 가정의 생계가 끊긴 것은 물론, 남편은 이직의 꿈마저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신고 내용은 구체적 증거가 없는 추상적 진술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갑질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동료가 "남편은 그런 적 없다"고 진술했지만 묵살됐다. 남편은 소명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본보기 징계였다"… 증거도 절차도 흔들린 징계, 정당했나?
변호사들은 이번 징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징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 근거와 공정한 절차가 필수적인데, 이번 사건은 두 가지 모두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단순히 ‘가슴을 본 것 같다’는 식의 추상적인 진술만으로는 사회통념상 성희롱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회사가 피신고인의 소명을 형식적으로만 듣고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면 절차적 정당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승현 변호사 역시 “징계가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회사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상대 소송,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렇다면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소송에 앞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먼저 고려하라고 입을 모았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정찬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실효적인 대응”이라며 “노동위 단계에서 유리한 결정을 받으면 회복도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소송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은 노동위를 통해 먼저 징계의 부당성을 다퉈보라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남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줄 동료의 사실확인서나 진술서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또한 회사에 징계위원회 회의록, 조사보고서 등 관련 자료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해 회사가 어떤 근거로 징계를 결정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직원 향한 역고소의 명과 암
아내는 신고한 여직원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 아내는 신고자가 개인 사업을 위해 퇴사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으려 허위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설 이종윤 변호사는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면 명예훼손죄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주한 변호사는 “성희롱 피해 호소 자체만으로 허위사실 적시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자칫 2차 가해 논란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신고자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워 섣부른 고소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남편이 전부 말하지 않았을 수도
한편, 일부 변호사는 다른 가능성도 제기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남편이 아내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직은 중징계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단순히 피해자 진술만으로 징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남편이 연루된 사건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