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10년 소송' 통해 마련된 기준 한 가지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기아차 '10년 소송' 통해 마련된 기준 한 가지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10년 만에 대법원 판단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
"기업 더 어려워졌다" 분석 나왔지만, 노동 사건 전담 변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임금 상승은 착시, 마땅히 받았어야 할 돈 받은 것"

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10년간 이어져 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이 20일 결론 났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받지 못한 임금' 6588억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측 대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에 걸려있는 금액도 막대했지만, 이날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하나 바꿨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바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직시에 받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게 그동안의 판례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게 됐다. 이에 대해 원곡법률사무소의 조영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는 "당연히 포함됐어야 할 금원이 이제라도 포함이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11년 10월에 시작됐다. 당시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통상임금은 모든 수당의 기준점이다. 통상임금이 높게 책정되면 거기에 연결된 수당들이 모두 올라가고, 통상임금이 낮게 잡히면 수당이 다 내려간다. 이 때문에 상여금과 수당을 빼고 통상임금을 책정한 기아자동차의 계산법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했다.
이에 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 7000여명이 "통상임금을 다시 책정해서 임금을 제대로 달라"고 소송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는 "노동자들의 청구를 다 받아들이면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가 된다"고 맞섰다. 이른바 신의칙을 인정해달라는 항변이었다.
신의칙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기아자동차 측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경영에 무리가 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3심의 판단은 일관적이었다. 모두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이날 재판 결과가 나온 직후 일부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노동자들 임금이 크게 오르고, 회사 경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을 담은 기사들이 여럿 나왔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대한변협 노동법 전문 인증)는 "이번 판결로 인하여 과거 지급되지 않았던 미지급 법정수당이 지급되어 임금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는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하는 임금을 이제서야 근로기준법에 부합하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이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회사가 초과근로를 지시하는 게 부담스러워졌을 때의 이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종전보다 초과근로의 가치가 높게(실질적으로는 법에 부합하게) 평가될 것이므로, 사용자 자체적으로 앞으로 초과근로 지시를 자제하는 등 근로환경의 개선을 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조영신 변호사 역시 "노동자 입장에서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땅히 받았어야 할 돈을 이제야 받은 것이라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향후 비슷한 소송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에 임금 지급의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떤 금원은 포함되고 어떤 건 포함되지 않고 하는 식의 소송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수당을 통해 임금 액수가 좌지우지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같은 갈등과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는 "앞으로는 (사측이)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관행적으로 해왔던 방법과 변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금 사건은 지연이자가 높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노사 합의로 분쟁이 해결되는 케이스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