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 부수면 감옥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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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 부수면 감옥 가나요?"

2025. 12. 09 15:2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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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맘대로 부쉈다간 큰코다친다"

'관리'된 눈사람 건드리면 처벌

매년 반복되는 ‘눈사람 파괴 논란’, 실제로 처벌 대상일 수 있을까. /셔터스톡

매년 겨울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는 '눈사람 파괴 논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애써 만든 눈사람이 하룻밤 사이 처참하게 짓밟힌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네티즌들은 분노한다. "남의 정성을 짓밟다니 인성이 글러 먹었다"는 비난부터 "엄연한 재물손괴죄다"라는 법적 해석까지 갑론을박이 뜨겁다.


과연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는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최근 유튜브 채널 '펀무법인'에서는 이 흥미로운 주제를 두고 변호사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단순한 눈덩이냐, 소중한 재물이냐

영상 속 변호사들은 눈사람의 생김새와 위치에 주목했다. 대충 뭉쳐놓은 눈덩이와 예술혼을 불태운 '엘사 눈사람'을 똑같이 볼 수 있냐는 것이다.


법적으로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려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눈사람이 과연 재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법조계의 판단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있다. 바로 소유자와 가치다.


가게 앞에 놓인 눈사람은 건드리지 마라

가장 위험한 건 가게 앞 눈사람이다. 식당이나 편의점 주인이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게 앞에 예쁘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영업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식당 앞에 만들어둔 눈사람은 소유자가 명확하고, 고객 유치라는 경제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이를 부수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법원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조차도 주관적 가치를 인정해 재물손괴죄의 객체로 본 판례가 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고정608 판결). 하물며 사장님의 정성이 들어간 '영업용 눈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내 집 앞 눈사람도 보호받는다

자택 현관이나 계단에 만들어 둔 눈사람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 이 역시 소유자와 관리 의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의 집 앞에 장식용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관리하고 있다면, 이는 그 사람의 소유물이다.


법원은 "재물은 반드시 금전적 교환가치를 가질 필요는 없고, 소유자가 주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8노1490,1999(병합) 판결). 즉,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도 주인이 "소중하다"고 여기면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길가에 버려진 눈사람은?

반면, 길가나 공원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눈사람은 상황이 다르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고, 만든 사람도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면 소유권 포기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


일반적으로 길가에 만들어놓고 간 눈사람은 소유자가 불분명하고 재물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부수더라도 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인이 없는 물건(무주물)에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눈사람 파괴 행위의 유무죄를 가르는 건 누가, 어디에, 왜 만들었느냐다. 단순히 장난삼아 한 발길질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나 영업 자산을 망가뜨린 행위가 된다면, 장난의 대가는 가혹할 수 있다.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어차피 녹을 눈사람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 눈사람 뒤에는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소유권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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