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5) 초등학교 저학년(상)
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5) 초등학교 저학년(상)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을 두고 이혼하는 경우, 아이의 복리에 부합하는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고 임수희 부장판사는 조언한다. /셔터스톡
입학과 새 학기 시작으로 학부모님들 마음이 분주한 시기입니다. 이번 회 칼럼에서는 학령기 아동, 즉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을 두고 이혼하는 부모들의 면접교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해서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즉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의 아이들과의 면접교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죠. 이 시기를 구분해서 보는 이유는 이 시기 아이들의 발달 특징이 그 전이나 후의 아이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부모의 이혼을 대하는 이 시기 아이들의 반응이나 특징도 달라지고요. 그러니 그에 맞추어 면접교섭의 방법이나 주의할 점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아니, 이혼했어도 내가 아빤데(혹은 엄만데), 내가 내 애 보겠다는데, 보고 싶을 때 보면 되고 그냥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하면 되지, 뭘 복잡하게 연령이니 발달이니 따집니까?"
설마, 요즘에는 저런 말씀 하시는 부모님들은 안 계시겠지요? 특히 이 글을 찾아 읽으시는 부모님들 중에는 없으실 거예요. 예전에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와 권리자로 보지 않고 단지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던 시절에는 많이 했던 말들이죠. 저도 예전에 협의이혼이나 재판이혼에서 부모들 양육협의사항(친권자 및 양육자, 면접교섭, 양육비) 심사할 때 많이 들었던 말들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말하는 부모들이 "보고 싶을 때"는 자녀가 보고 싶을 때가 아니라 "내(부모)가" 보고 싶을 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순리대로"는 자녀의 양육 필요성에 입각하여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연스럽고 순리에 맞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모) 편할 대로"의 의미인 경우가 많고요.
하지만 면접교섭은 부모의 권리이긴 해도 그에 우선하여 자녀를 위한 자녀의 권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권리라 해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게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민법 제837조 제3항, 제837조의2 제3항 참조), 면접교섭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자녀가 부모와의 접촉과 관계를 유지하고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니까요(아동권리협약 제9조 참조). 따라서 면접교섭은 "부모가 보고 싶을 때 부모 편할 대로"하면 절대 안 되고,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에 맞게" 수행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복리에 부합하는 면접교섭!
자, 그럼 이 말을 슬로건처럼 머릿속에 띄워 놓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발달 특징부터 볼까요?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서는 대략 7세부터 11세 정도까지의 이 시기를 '구체적 조작기'라고도 하는데, 유아기의 자기중심성을 탈피해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논리적 사고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알고 상상과 사실을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옳고 그름이 현실의 복잡성까지는 담지 못하는 흑백논리에 머물고, 사실을 상상과 분간해 내더라도 가끔 비현실적 공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을 할 때 그것이 '사실'임을 압니다(취학 전 연령의 유아들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현실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 부모가 재결합하는 공상, 내지는 비현실적 기대나 희망을 가지기도 합니다(사춘기 아이들은 그런 비현실적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제 재판 경험으로는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서 생각보다 부모의 이혼에 대해 많이 슬퍼하는 것을 봅니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서 이혼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부모 한쪽이 이혼에 '유책(사유)'이 있는 경우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그 잘잘못을 압니다(유아기 아이들은 잘 알기 어려워요). 하지만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한쪽 부모를 비난하기도 합니다(사춘기 아이들은 유책 부모라도 왜 그런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지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실제로 한쪽만 유책이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현실과 다르게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접근하면서 부모를 대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 부모에는 충성 심리를 보이고 다른 쪽 부모에게는 비난이나 적대하는 등 '부모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이 유발되기 쉽습니다.
초등학생 이혼 자녀들의 위와 같은 특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물론 이상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다른 경우도 있으며, 아이들은 각각 개인차가 있고 개별적 특성들이 면밀히 살펴져야 합니다), 그로 인해 발생가능한 해로운 영향이나 결과를 예방하고 나아가 부모의 이혼이라는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자녀를 잘 도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그러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이혼을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이혼하기 전에 자녀에게도 미리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이혼에 대해 말해 주어야 합니다. 가급적 부모가 함께 말해 주어야 하고, 평온한 분위기와 자녀의 마음을 토로할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1) 앞으로 엄마·아빠는 이혼해서 따로 살게 된다는 것, (2) 그것은 엄마·아빠의 결정일 뿐 절대로 너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 (3) 이혼하더라도 엄마·아빠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돌봐줄 거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인데, 굳이 꼭 말로 해야 하냐고 묻는 부모님들이 계신데요. 네, 꼭 말로! 명시적으로!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위 (2)는 아이의 죄책감에 관한 것인데요. 어느 연령대에서든 흔히 보이는 이혼 자녀들의 죄책감, 즉 '엄마·아빠의 이혼이 나 때문인 것 같아!'라는 생각은 아이를 굉장히 위축시키고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위 세 가지 내용을 제대로 말해 주지 않을 때 자녀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현실 적응에 저해를 받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반면, 위 세 가지를 아이에게 확실히 말해 줄 때, 초등학생 아이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부모의 이혼이라는 현실을 수용하면서 잘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다만 엄마·아빠가 앞으로 따로 살아야 하니, 너는 엄마(또는 아빠)와 살면서 학교를 다니겠지만, 아빠(또는 엄마)와도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정기적이고 충분한 시간을 아빠(또는 엄마)와도 지낼 수 있다'고 약속해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아빠 이혼과 상관없이 너는 엄마도 아빠도 맘껏 사랑하고, 둘 중 어느 한쪽 편이 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꼭! 말해 주어야 합니다.
설령 부모 중 한쪽이 이혼에 유책이 있더라도 그것을 부부 사이의 문제로 국한시켜야지, 이를 자녀에게까지 확장시켜서 아이가 어느 한쪽 부모의 편이 되어 다른 부모를 비난하게 되는 상태를 방치하면, 결국 자녀의 자존감만 낮아질 뿐입니다.
즉 부부 사이에 일방 또는 서로를 향해 쏘아 대는 혼인파탄의 귀책 평가와 비난이 그 자녀인 아이들에게까지 내려와서, 그것이 설령 진실이고 맞는 판단이라 하더라도, 유년기의 자녀로 하여금 부모 한쪽이든 양쪽이든 간에 부모에 대해 '잘못했다' '나쁘다'는 평가와 함께 비난과 실망과 적대의 마음을 갖고 자라게 되는 것은, 어린 자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내고 고통을 주며 결국 아이의 자존감만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더라는 얘기인데요.
부부간에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어떤 잘못을 저질러 이혼에 이르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부모로서 자녀만큼은 부부간 갈등이나 책임 공방에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하려고 애쓰면서, 이혼 후 양육협력관계를 구축하려고 부모 쌍방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는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존감이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라는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고요.
유책 배우자에게 화가 나더라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잘 돌보기 위해서는, 자녀도 함께 유책 쪽의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관계가 단절되도록 유발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오히려 자녀에게 '그건 엄마·아빠 사이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어 주며, 자녀의 그 부모에 대한 애정을 지켜주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필요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계속 사랑할 수 있고 부모에 대해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때, 가족이 분리되는 이혼이라는 현실에 대해서 적응탄력성을 가지고 잘 커나가는 것을 많이 봅니다.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부모를 계속 사랑할 수 있는 힘은 자녀가 이 험한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데에 중요한 자원이 되어 주니까요.
나아가 이혼에 관한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자녀에게 해 줄 때, 자녀가 슬프거나 힘든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가 고통을 표현하는 것을 마주하는 데에는 부모에게 큰 용기와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러한 용기를 가지고, 자녀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상황을 함께 견디며 그에 공감해 줄 때, 자녀 역시 이후의 삶과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힘을 갖게 됩니다.
이상과 같은 자녀와의 대화를 전제로, 이제 구체적으로 초등학생 자녀의 생활 주기(life cycle)와 양식(life style)에 맞게 비양육친의 면접교섭 시간표 및 계획을 잘 짜야 합니다. 물론 양육친 및 자녀와 비양육친이 함께 세워야죠. 이러한 면접교섭 시간표는 일종의 '부와 모의 양육 시간표'라 할 수 있습니다. '면접교섭은 곧 양육시간(parenting time)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자, 그럼 구체적인 초등학생 면접교섭 시간표 및 계획 짜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