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요청" 무색하게⋯ 언론은 설리의 죽음도 '상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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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요청" 무색하게⋯ 언론은 설리의 죽음도 '상품화'했다

2019. 10. 15 14:56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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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비공개 요청에도⋯ 유서⋅장례식장 모두 공개

시신 운구 과정까지 '실시간 공개'하며 기사화해 논란

법조계 "유족에게 언론 보도 막을 권리 없어 형사처벌 어려워"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가 도를 넘었다. /연합뉴스TV 제공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가 도를 넘었다. 시신 운구 과정을 생중계하고 가족이 ‘비공개’ 요청한 빈소 위치까지 기사화했다. “단독 기사에 눈이 멀어 죽음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인(故人)의 명예는 크게 다음 3가지 보도에 의해 훼손됐다.


①시신 운구 과정 실시간 공개

더팩트와 뉴스엔 등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설리의 자택 앞에 진을 치고 시신 운구 장면을 실시간으로 촬영⋅공개했다. 카메라가 구급차를 둘러싸는 바람에 경찰까지 나섰다.


②장례식장 공개

스포티비뉴스의 한 기자는 “장례절차를 비공개하기 원한다”는 유가족의 부탁을 어기고 빈소를 단독 공개했다.


③유서 추정 메모 공개

MBC 역시 경찰의 제지에 아랑곳 없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추정 메모를 공개했다.


모두 유가족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사안이다. 언론사 자체규약 및 언론윤리에 모두 어긋낫다. 이에 사람들의 분노가 잇따르며 “기자들을 처벌해야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사건을 검토해본 일선 변호사들이 각 사안에 대해 분석해봤다. 대체로 “형사 처벌은 어렵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故설리 집 앞을 가득 메운 취재진] 14일 배우 설리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그 앞을 취재진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 연합뉴스

선을 넘은 취재 경쟁⋯ 그러나 형사 처벌은 어렵다

'설리 사망'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그래픽=조하나 기자


세 가지 보도 모두에 대해 변호사들은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는 건 ‘③ 유서 추정 메모’인데, 이것 역시 MBC가 보도한 내용이 허위일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 최진혁 변호사는 “만일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허위라면 ‘사자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 사자 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실을 말해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낸 ‘① 시신 운구 장면 촬영’과 ‘② 빈소 위치 공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법무법인 시월 류인규 변호사는 "유족의 추모감정을 침해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를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효현 박수진 변호사도 "세 가지 모두에서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MBC는 유족의 비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 내용을 공개해 공분을 샀다. /MBC 캡처

유가족이 손해배상 청구한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언론사에 형사 책임을 묻는 건 어렵지만 민사상 책임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② 빈소 위치 공개’는 유가족이 특별히 비공개를 당부했던 내용이라 해당 내용을 보도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최진혁 변호사는 “유가족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기사화한 건 사생활 침해가 맞는다"고 했다. 류인규 변호사도 “정상적인 장례 진행에 곤란을 겪게 된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생활 침해가 인정된다면 유족의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유가족은 민법상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고인으로부터 상속받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있고, 유족 고유의 권리 또한 인정된다.


법무법인 효현 박수진 변호사는 세 가지 사례 모두에 대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들이 보도 준칙을 어긴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배우 설리의 시신이 운구되는 장면을 더팩트와 뉴스앤 등이 실시간으로 촬영⋅공개해 공분을 샀다 / 스타뉴스 유튜브 캡처



"기사 내려달라" 유가족이 요청한다면, 가처분 조치 가능

'② 빈소 위치'를 공개한 기사들은 15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대부분 수정되거나 내려졌다. 만일 유가족이 수정되지 않은 기사에 대해 수정 요청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언론사는 요청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소송이 시작될 경우 법원이 유가족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경우에 대해서는 “언론의 보도 범위”라고 봤다.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박수진 변호사는 “가처분은 어렵다”고 밝혔다. 류인규 변호사도 “‘① 시신 운구 장면 촬영’ ‘③ 유서 추정 메모 공개’ 등은 받아들여지지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 권리' 라는 언론, 법원은 이 일을 어떻게 판단할까

취재진들이 설리의 시신이 운구되는 장면까지 찍을 수 있었던 건 우리 법원이 유명 연예인을 ‘공적 인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01년과 2004년에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은 공인이므로 일반인들에 비해 권리 보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이른바 ‘공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판례가 어떤 보도라도 ‘무한정 보도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1996년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2000년 서울지방법원 판례는 ‘그 한계'를 명확히했다. 재판부는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권리는 일반인에 비해 제한된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단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지극히 사적인 것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언론이 설리의 죽음을 상품화 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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