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컸어?" 농담에 쓰러진 인턴⋯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 책임질까
"가난하게 컸어?" 농담에 쓰러진 인턴⋯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 책임질까
대법원 "가해자 의도 무관, 객관적 고통이 기준"

상하 관계에서 던진 “가난하게 컸어?” 한마디가 인턴에게 과호흡까지 일으켰다. 사진은 밈이 유래된 드라마 '작은 아씨들' 장면. /'tvN DRAMA' 유튜브 캡처
"가난하게 컸어?"라는 농담에 인턴 직원이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면, 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사의 '밈(Meme·온라인 유행어)' 사용이 직장 내 갈등으로 번진 사연이 올라왔다. 한 직원이 드라마 '작은 아씨들' 대사였던 "가난하게 컸어?"라는 말을 인턴에게 농담 삼아 던졌다.
하지만 해당 인턴은 "각자 집안 사정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며 극도로 분노하다 과호흡 증세까지 보였다.
직원은 놀라서 "농담이다, 장난이다, 밈이다"라고 해명하며 수습하려 했지만 부서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밈을 무분별하게 쓴 상사의 잘못"이라는 의견과 "인턴 반응이 다소 과하다"는 의견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나만 재밌다면 그건 농담이 아닙니다
상사는 장난이었다고 항변하지만, 법적으로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괴롭힘을 판단하는 핵심은 가해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피해자가 겪은 객관적 고통이다. 실제 법원의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해자 의도 무관
부산지법 등은 행위자의 의도나 동기가 없었더라도,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다면 괴롭힘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성희롱 법리 차용
대법원은 성희롱 사건에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으며,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시에도 이와 동일한 법리를 적용한다.
우월적 지위 남용
인천지법은 "상급자의 장난 또는 친근감의 표시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지위 우위를 이용해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해당 발언이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이루어졌고, 피해자에게 명백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호흡 등)을 안겼다면 "밈이다"라는 해명은 법적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