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女하사 괴롭혀달라" 익명 요청에 움직인 스토커, 진짜 '배후'는 왜 못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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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女하사 괴롭혀달라" 익명 요청에 움직인 스토커, 진짜 '배후'는 왜 못 잡았나?

2025. 10. 16 16:5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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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X(트위터) 뒤에 숨은 '교사범' 신원 미상

디지털 범죄의 구조적 한계와 국제공조의 딜레마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의 판결문을 통해 텔레그램과 X(구 트위터) 등 익명 플랫폼을 악용한 신종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21세 여성 하사관의 개인 정보와 사진을 입수해 악의적인 스토킹을 감행한 피고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정작 범행을 요청하고 피해자 정보를 넘긴 ‘진짜 나쁜 놈’인 교사범은 미검거 상태로 남아 디지털 범죄 수사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괴롭혀줄게" 게시글에 시작된 악몽: 성명불상자와 정범의 위험한 공모

사건의 발단은 2024년 8월경, 피고인 A가 온라인 SNS인 X(구 트위터)에 올린 충격적인 게시글이었다. A는 "지인 중에 여선생 여경이나 여친 가족 아니면 약점이 있거나 애매모호한 사람들 있으면 디엠해봐 잘 가지고 놀다 다시 돌려줄게", "지인 약점 아시는 분이나 아니면 지인 제보 해주실 분 지인 협박 능욕 보고 싶으신 분 약점이 애매하다 싶으면 디엠 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성명불상자(아이디 B)가 연락을 취하며 피해자 C(여, 21세, 하사관)의 이름, 직업,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정보와 사진을 제공했다. B는 사실상 C를 괴롭혀 달라고 A에게 요청한 ‘교사범’인 셈이다.


정보를 넘겨받은 A는 2024년 8월 25일 텔레그램을 이용해 C에게 "어 혹시 C 하사님 맞습니까?"라는 메시지와 함께 피해자의 사진을 전송했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연락을 거부했음에도, A는 같은 날 밤 1시간여 동안 총 9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 지속적·반복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를 이어갔다.


‘진짜 악인’ 미검거의 딜레마: 익명 플랫폼의 장벽

법원 판결을 통해 A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및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해 300만 원을 형사공탁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았으나, 과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두 차례 받은 전력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문제는 A에게 범행을 요청하고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제공한 성명불상자, 즉 ‘교사범’ B가 검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형법상 교사범은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익명 플랫폼이 수사에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1) X(트위터)와 텔레그램, 보안에 숨은 범죄자들


성명불상자는 실명 인증이 필요 없는 X-twitter를 통해 A와 접촉했으며, 범행 실행은 익명성과 보안성이 강화된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이러한 해외 기반 플랫폼들은 실명 인증 없이 계정 생성이 가능하고, VPN 등을 통한 우회 접속이 흔해 IP 추적이 매우 어렵다.


2) 디지털 증거 확보와 국제공조의 한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특정 범죄 수사를 위해서만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며,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자료 확보가 더욱 난관이다. X나 텔레그램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자료 요청은 국제공조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되며, 해당 국가의 법률에 따라 정보 제공이 제한될 수 있어 신원 특정에 난항을 겪는다.


수사기관이 제한된 자원 내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한 정범(A) 검거 및 피해자 보호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실무적 한계도 작용한다.


보이스피싱과 닮은 구조적 결함, '배후' 차단이 급선무

이번 사건은 "주범격인 콜센터는 주로 외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배후에 있는 주범을 검거하기 매우 어렵다"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구조적 특성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점조직 형태로 연결되어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디지털 범죄의 특성상, 성명불상자의 교사 고의 입증과 신원 특정이 매우 어려워 수사 자체가 답보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조종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교사범’을 검거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는, 유사 범죄를 계속해서 유발하는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이 높은 플랫폼을 통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과의 신속한 정보 공유 체계 구축 ▲암호화 메신저 추적 기술 개발 등 디지털 포렌식 강화 ▲국제공조 절차 간소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동시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변안전조치 강화 등 당장의 피해자 보호에도 집중해야 할 때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5고단1063 판결문 (2025. 9. 1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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