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어" 비꼬았을 뿐인데… 2년 만에 날아온 '모욕죄' 고소장
"그냥 죽어" 비꼬았을 뿐인데… 2년 만에 날아온 '모욕죄' 고소장
"의도 없었다" 부인보다 "경솔했다" 반성이 유리
전문가들 "섣부른 무죄 주장 금물, 변호사 동행 필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몰랑~ 그냥 죽어~ 국민입장에선 그냥 모기고 파리야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그냥 징역 50년 받아~ㅎㅎ"
무심코 쓴 비꼼 댓글 하나가 2년 뒤 모욕죄 고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한 시민이 2년 전 스포츠 선수 관련 기사에 남긴 댓글 때문에 경찰 조사를 앞두게 된 사연이다.
사건의 시작은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구설수에 오른 한 스포츠 선수 관련 기사를 보고, 사실관계 확인 없이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이런 대중의 행태를 비꼬는 심정으로 문제의 댓글을 작성했다. 그리고 2년이 훌쩍 지난 2025년 9월, 경찰로부터 모욕죄 혐의로 조사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특정인을 지칭하지도 않았고, 진짜 죽으라는 뜻도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정인' 지목 안 했는데, 모욕죄가 되나?
A씨의 가장 큰 방패는 '특정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정인을 명확히 지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실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사 내용으로 보아 기사의 주인공을 상대로 한 댓글이라면 특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 역시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볼 때 그 표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도 특정성을 인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7헌마461 결정).
조회수 수십 회인데 '공연성'이 약하지 않나?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필요하다. A씨는 조회수가 수십 회에 불과해 공연성이 약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 역시 법의 문턱을 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 김기윤 변호사는 "조회수가 적어도 인터넷 게시판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봐 원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은 그 자체로 전파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죽어"는 비꼼일 뿐 '모욕 의도' 없었다면?
가장 첨예한 쟁점은 '모욕성'과 '고의'의 문제다.
A씨는 죽으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비꼬는 표현이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주관적 의도보다 표현의 '객관적 의미'를 중시한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는 "'모욕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본인의 주관일 뿐, 수사기관은 표현의 객관적 해석에 따라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그냥 죽어", "모기·파리" 같은 표현은 그 자체로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멸적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무죄 주장 vs 반성 경찰 조사, 최선의 전략은?
전문가들은 A씨가 처한 상황에서 '무죄'를 섣불리 강변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 부인만 하면 반성 없는 태도로 오해받아 기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표현으로 오해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유감과 반성을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도가 처벌 수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도 필요하다.
서아람 변호사는 "무혐의보다는 기소유예(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나 벌금형 감경을 목표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조사 전 변호사와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결과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권했다.
특히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사건 종결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합의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씨의 댓글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침해'의 경계에 선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법조계의 중론은 섣부른 무죄 주장보다는, 경솔했던 표현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법리적 방어를 병행하며 선처를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쪽으로 모인다.
2년 전 무심코 던진 돌이 일으킨 파문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A씨의 조사 태도와 전략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