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소음으로 수업 방해" 청소노동자 처벌 요구한 연세대 학생…결과를 예상해봤다
"집회 소음으로 수업 방해" 청소노동자 처벌 요구한 연세대 학생…결과를 예상해봤다
변호사들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 대학생이 "집회 소음으로 수업에 방해가 됐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연합뉴스·연세대학교 공식 블로그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집회 소음으로 수업에 방해가 됐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한 대학생이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노동자들이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수업이 방해됐다는 취지였다. 경찰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재학생 A씨는 이들에게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했다.
A씨가 문제 삼은 건,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집회였다. 현재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학교 측에 교내 샤워실 설치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집회를 두고 노동자와 대학 사이의 갈등은 있었지만, 이처럼 개별 학생이 교내 노동자들을 형사 고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노동자들은 A씨의 바람대로 처벌될 위기에 놓인 걸까.
변호사들은 "실제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A씨가 주장한 두 혐의 모두 "현재 알려진 정보만 봤을 때 단정하긴 어렵지만, 무혐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먼저,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 제1항)는 위력(威力⋅타인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행사해 대학 수업 등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긴 어렵다"며 "단순히 집회 소음을 이 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교내 야외 장소에서 스피커 등으로 집회를 했다는 것만으로 위력이 있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도 "집회를 했다는 것만으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단순 집회 소음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단, 임원택 변호사는 "집회 소음이 '수인한도(피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라면 업무방해죄가 될 순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소음의 구체적인 수준에 따라 위력이 인정될 수도 있다"며 "사무실 내 전화통화,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심했다면 위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위력 등)을 충족하더라도, 처벌까진 어려워 보인다"며 "쟁의권 행사라는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른바 위법성이 조각(阻却⋅물리침)돼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법률 자문

집시법 위반에 대해선 어떨까. A씨는 "경찰에 문의해보니 신고가 안 된 집회로 확인돼 해당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집시법은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최소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1항). 이를 어길 경우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변호사들은 "미신고 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였다(2012도11518). 당시 대법원은 "미신고 집회를 개최했다고 해서 무조건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집회 장소와 목적, 규모와 방법 등에 비춰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 범위 안에 있다면 처벌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 결과 회사 주차장에서 30명의 근로자가 5차례 미신고 집회를 한 사안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서초동의 변호사는 "당시 대법원은 집회 장소(주차장)에 외부인이 실질적으로 많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번 사안 역시 외부인 출입이 드문 대학 교내에서 벌어진 집회이므로 같은 맥락에서 집시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옥민석 변호사도 "해당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번 사건도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단, 임원택 변호사는 "소음 정도와 횟수, 집회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주한 변호사 역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 집시법 위반이 성립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강력하게 보호받는 기본권 중 하나"라며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처벌로 나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모두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변호사들의 우세한 의견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