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3)] 모차르트 Genius or Piracy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3)] 모차르트 Genius or Pi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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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0년 전 천재 음악가의 창작행위를 현대의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셔터스톡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 세 번째 칼럼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작권법의 목적인 문화향상과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창작자 보호와 공정한 이용(fair use)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데, 막상 양자의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일찍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14살이 되던 해 바티칸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시스티나 성당에서 연주되던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Miserere)"라는 성가를 듣자마자, 악보로 그려내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성가 악보가 성당 밖으로의 유출이 엄격하게 금지되던 시대였지만, 그 소식을 들은 클레멘스 14세 교황은 모차르트를 크게 칭찬하였고, 이를 계기로 다른 곳에서도 그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허락했다고 합니다.
또한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 가운데는 바흐의 소나타를 그대로 베낀 작품이 여러 개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미완의 작품으로 남긴 레퀴엠(진혼곡)의 전반부는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하이든의 악보와 매우 비슷해서 지금까지도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 '표절'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느 학자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편곡의 역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차르트를 두고서 천재(Genius)냐, 아니면 해적(Piracy)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대륙에 저작권이라는 현대적 개념이 생기기 이전인 250년 전 천재 음악가의 창작행위에 대하여 그런 현대법적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모차르트의 행적이나 클래식 음악 세계의 장구한 역사를 현행 저작권법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오해를 초래할 수가 있으며, 과거에 대한 부적절한 사후 관찰의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과거 사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당시의 관점을 '되어야 할(To Be)'이 아닌 '있는 그대로(As Is)'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참고로 오늘날 저작권은 창작자의 사후 70년까지만 보호되는 한시적 권리입니다.
모방은 창작의 시작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을 통한 모방은 창작의 지름길입니다. 대부분의 교육 과정에서의 창작물은 모방과 차용(借用)을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모차르트의 경우 아버지의 헌신적 노력에 힘입어 자신의 천재성을 일찍 깨우쳤다고 합니다. 설혹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 부모가 가르친 교육방식이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었다 해도, 그의 음악적 천재성이나 인류문화에 끼친 위대한 업적이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저작물의 '지혜로운 이용(wise use)'은 인류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예술·학문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수적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 영역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에 속하는 것입니다. 즉 국가에는 모든 국민의 인간 존엄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으며, 헌법 제23조2항에는 국민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의 보호는 문화향상과 문화산업의 발전이라는 공공복리 측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근거로 하여, 현행 저작권법 제23조부터 38조까지는 저작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제25조) 조항이 바로 하나의 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목적 등에의 이용에 대해 저작권 제한 조항이 있다고 해서 일선 교육 현장에서 저작자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교육목적을 빙자하여 수업 현장이 아닌 외부에, 저작물 일부분이 아닌 전부를 함부로 전송 유통시키는 사례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면 위에 열거된 저작재산권 행사의 제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서도,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 방법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이 충돌되지 않고 상호 해치지 않는 저작물 이용사례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영미법에서는 일찍부터 저작권자를 위한 보호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공정 이용(fair use) 법리를 발달 시켜 왔습니다.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비침해 행위'로 판단하여 자유로운 이용(free use)을 허용하는 양면적 대응을 해 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포괄적인 공정 이용에 관한 조항(제35조 5항)이 신설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2011년에 신설된 이 조항은 입법화되기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저작권자의 보호와 이용자 편익이라는 상이한 관점이 충돌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아직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5살 소녀가 유명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따라 부른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가, 삭제 조치되자 민사소송으로 비화된 사건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하여 저작물의 공정하고 지혜로운 이용(fair and wise use)이란 무엇일까, 독자 여러분과 함께 탐구하기에 알맞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다음 달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