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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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 표명

2020. 10. 22 10:43 작성2020. 10. 22 14: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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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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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를 기소한 탓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통했지만, 국정감사 후 사표를 던지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지난 19일 국회에 출석해서도 "(추미애 장관이 말한) 피의사실 공표는 없었다고 단언한다"고 말해, 추 장관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이 발언에 이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 차례 더 추 장관에게 타격을 준 꼴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지검장이 '추미애 라인'이라는 일부 언론의 프레이밍에 괴로워했다"며 "검사로서 마지막 모습을 보이려고 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총장 장모 기소 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

박 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에 오기 전에 있었던 곳은 의정부지검이다. 이곳에서 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기소했다. 오래전부터 '사기' 의혹이 있었던 윤 총장의 장모는 앞서 몇 차례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박 지검장이 그 사건을 다시 수사해 재판에 넘긴 것이다.


박 지검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추 장관을 중심으로 여권에서는 "검찰이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덮고 있다"며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나왔었다. 그런데 그 직후에 박 지검장이 그에 호응하듯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기소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8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하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강해졌다. 법무부 장관이 원하는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그 공을 인정받아 요직으로 통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 인사 때 서울 소재 지방검찰청에 검사장으로 부임한 사람들이 대부분 '추미애 장관과 가까운 사람'으로 통했던 것도 박 지검장의 꼬리표를 더욱 '추 사단'으로 굳게 만들었다.


'라임 수사' 지휘⋯국정감사에서 추 장관과 반대 의견 내놔 "피의사실 공표 없었다"

추미애 장관 입장에서 서울남부지검장 자리가 중요한 건, 이곳에서 라임⋅옵티머스 등 정관계 연루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권이 휘청일 수 있는 대형 사건을 책임지고 맡을 '자기 사람'이 필요했다고 보는 게 검찰 내부의 시선이다.


게다가 라임 사건이 '검사⋅야권 정치인 로비'로 비화하면서, 주목도는 더 커졌다. 이 와중에 라임 핵심 관계자로부터 술 로비를 받은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임해야 하는 사안으로까지 사건이 확대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추미애 장관은 "'라임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지 말 것"을 수사 지휘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남부지검장의 중요성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런데 정작 박순철 지검장은 추미애 장관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 소재 지방검찰청 국정감사가 상징적이었다. 당시 박 지검장은 "수사팀에서 (피의사실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추미애 장관이 "여권 정치인 피의사실 마구 나온다"고 했던 것과 모순되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추 장관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는 것으로 해석돼 파문을 낳았다.


박순철 남부지검장 전문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〇 저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8. 11. 부임한 후 라임사건에 대하여는 8. 31.까지 전임 수사팀과, 그 이후 현 수사팀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1조 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사태와 관련하여 김00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입니다. 그리고 로비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00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추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서 글을 올립니다.


〇 이번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정치인 비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였는지 부분과 관련하여,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 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여 검찰총장께 보고하였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8. 31.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 외 나머지 의혹에 대하여는 기존 수사를 살펴보면서 철저히 밝힐 예정입니다. 다만, 서울남부지검은 김00이 수원지검으로부터 5. 25.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이후 총 55회 소환하여 검사실에서 로비를 포함한 많은 범죄혐의에 대하여 59회를 조사하였고, 조사 시 변호인이 총 54회 입회하였고 조사내용을 담은 문건 (조서 또는 면담보고서)을 58건 작성하여 거의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고 그 조사내용을 문서로 작성하여 왔습니다.


〇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 그러나,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착수하였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입니다. 수사지휘 여부와 관계없이 부패범죄에 대하여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고 이는 검찰의 당연한 임무입니다.


〇 또한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하여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〇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입니다.


- 2005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하셨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는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〇 저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하였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언론도 그에 맞추어 집중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사건 이해관계인들의 고소나 진정은 없는데, 오히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진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입니까?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하였고 기소하였습니다.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들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입니다.


〇 이번 라임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〇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됩니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 져야 합니다. 그 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습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합니다.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습니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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