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서 물건 훔친 아이, CCTV 사진으로 안내문 붙였더니…아동학대로 고소
무인점포서 물건 훔친 아이, CCTV 사진으로 안내문 붙였더니…아동학대로 고소
김진아 변호사, CCTV 각도·위치 실측해 정당성 입증
아동학대·명예훼손 혐의 모두 벗었다

무인점포에서 미결제한 아동 사진이 담긴 안내문을 붙인 점주가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로톡뉴스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그냥 가져간 아이. 점주는 부모 연락을 기다리며 안내문을 붙였다가 하루아침에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다.
자영업자의 정당한 재산 보호 조치가 형사 처벌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감정적 호소 대신 CCTV 각도 등 실측 자료와 치밀한 법리 분석으로 맞서,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절도 안내문 붙였을 뿐인데…어떻게 아동학대범이 됐나
인천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던 A씨는 한 아동이 아이스크림 값을 내지 않고 나가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
그는 경찰에 바로 신고하기보다 부모 연락을 기다릴 생각으로, '미결제 건에 대한 연락이 없을 경우 신고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매장에 게시했다. 여기에는 아이 옷차림으로 신원을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됐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닌 형사 고소였다. 아동의 부모는 해당 게시물로 아이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안내문을 게시한 행위 자체가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정서적 학대라며 A씨를 기소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 대법원은 학대 의도가 없었더라도 자기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을 저해할 위험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도13488 판결).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아동의 미결제 행위 자체가 위법하고 ▲게시물은 위법 행위에 대한 정식 사과를 촉구하는 것으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정상적 발달에 부정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아동학대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CCTV 각도·게시물 위치 실측…데이터로 입증한 정당행위
명예훼손 혐의 역시 정당행위라는 법리가 A씨를 구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지만,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선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이번 무죄 판결의 핵심에는 김진아 변호사의 데이터 기반 변론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사건의 본질이 감정 대립이 아닌 게시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죄 고의성과 명예훼손죄 위법성 조각을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설계했다.
김 변호사는 A씨에게 아동을 비난하거나 모욕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재판부에 제시했다.
특히 매장 내 CCTV 각도, 안내문 위치, 방문객의 인식 가능성까지 실측하여 자료로 만들고, 이를 통해 게시물 속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었고 게시 위치상 제3자가 아동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해당 게시가 부모와 연락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고 악의적으로 유포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이러한 변론을 받아들여 A씨의 행위가 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고, 명예훼손 혐의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