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변호사 사진 훔쳐 여성 만나…전문직 사칭, 더 큰 처벌 받는 이유
의뢰인이 변호사 사진 훔쳐 여성 만나…전문직 사칭, 더 큰 처벌 받는 이유
단순한 거짓말 넘어 사법 시스템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

A씨가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변호사 사진 도용 제보 메일. /스레드 캡처
자신을 변호해 준 변호사의 프로필 사진을 훔쳐 변호사 행세를 하고 다닌 의뢰인의 황당한 사연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단순히 남의 사진을 몰래 쓴 수준을 넘어, 법조인의 사회적 신뢰를 범죄에 악용한 사례다.
최근 변호사 A씨는 과거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B씨가 변호사 행세를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 따르면, B씨는 A씨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SNS 프로필로 설정하고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심지어 B씨는 "A씨에게 허락을 받고 사진을 쓰는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A씨는 "B씨의 원래 사건 자체가 신분을 속이는 것에서 시작됐기에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직 사칭, 단순 '거짓말' 아닌 '중범죄'인 이유
B씨와 같이 변호사 등 전문직 신분을 사칭하는 행위는 왜 더 무겁게 처벌될까? 이는 단순한 개인 간의 거짓말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은 오랜 시간 쌓아온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사칭 범죄가 빈번해지면 해당 직업군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이는 결국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둘째, 피해자의 취약성을 악용한다.
특히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법적 문제에 휘말려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사칭범들은 바로 이 절박함을 노린다.
법적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가로채거나, 이성에게 접근하는 수단으로 변호사 신분을 악용하는 것이다. 피해는 단순 금전 손실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정신적 상처로 이어진다.
'가짜 변호사'에게 내려질 처벌은?
B씨의 행동은 여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처벌 수위 역시 일반적인 사진 도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 변호사법 위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 행세를 한 것만으로 변호사법 제112조 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변호사 제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특별 규정이다.
- 사기죄: 만약 B씨가 변호사 행세를 하며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면 사기죄가 추가된다. 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무거워진다. 실제로 변호사를 사칭해 13억을 뜯어낸 사기범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 처벌과 별개로, 사진을 도용당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의뢰인의 배신', 처벌에 영향 미칠까?
특히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 변호사의 '의뢰인'이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볼 수 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 관계를 악용한 명백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양형을 결정할 때 범행 동기와 수법, 신뢰 관계의 파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B씨가 자신을 변호해 준 변호사와의 신뢰를 범행에 이용했다는 점은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홈페이지의 '변호사 검색' 기능 등을 통해 변호사 신분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하며, 사칭 범죄가 의심될 경우 즉시 변협이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