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베테랑 연구원의 배신…옛 동료의 집요함에 반도체 기밀 넘겼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30년 베테랑 연구원의 배신…옛 동료의 집요함에 반도체 기밀 넘겼다

2025. 07. 15 17: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영업비밀은 맞지만 국가핵심기술은 아냐”

일부 유죄·일부 무죄 판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이 30년 가까이 몸담은 회사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경쟁사로 이직한 옛 동료에게 수시로 넘긴 연구원 A씨에게 법원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강영선 판사는 A씨의 혐의 중 일부는 영업비밀 누설로 인정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도, '영업비밀'과 '산업기술'의 법적 경계를 명확히 구분했다.


"형, 질문 있습니다" 옛 동료의 집요한 요구와 흔들린 연구원

1994년 글로벌 전자기업 B사에 입사한 A씨는 반도체 공정 개발과 설비 기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연구원이었다. A씨에게는 회사와 맺은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재직 중은 물론 퇴사 후에도 회사의 영업비밀을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될 무거운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옛 동료의 끈질긴 연락에 A씨의 신의는 흔들렸다.


과거에 함께 일하다 경쟁업체로 이직한 후배 C씨는 2019년부터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집요하게 기술 정보를 캐물었다. A씨는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알려주면서도 "복사해 놓아, 출근 전에 삭제해야 해서~", "삭제 예정이니, 복사 바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런 위험한 대화는 수차례 이어졌다.


거짓말 섞어 보냈지만 유죄 피하지 못한 이유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허위 정보를 알려줬거나 이미 공개된 정보가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C씨에게 공정 시간을 실제와 다르게 알려주는 등 일부 정보를 왜곡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넘긴 'LAL500 공정 파티클 관리기준'과 'ESC784 약액 관련 정보'에 주목했다. 일부러 틀린 정보를 섞었더라도, 경쟁사가 가장 궁금해할 핵심 수치, 즉 '파티클 45나노미터(nm) 기준 100개 이하', '약액 혼합비율 20:1' 등은 정확히 일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단 피해회사가 실제로 채택하고 있는 파티클 관리기준의 구체적인 수치를 알려준 시점에서 이미 범죄는 성립했다"며 "이후 추가 질문에 허위로 답했다는 사정만으로 전체 정보가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 비밀이 넘어간 순간, 범죄는 완성되었다는 의미다.


'영업비밀'과 '국가핵심기술'의 경계선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은 A씨가 유출한 정보가 단순 '영업비밀'을 넘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A씨가 넘긴 정보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산업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A씨는 훨씬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고시 문언에 해당한다고 모든 기술이 첨단기술이나 국가핵심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특유의 기술만이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A씨가 넘긴 정보는 특정 공정의 '품질 관리기준'이나 '운용 레시피'에 해당할 뿐, 약액 제어기술 전체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그 자체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판단에 따라 A씨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6개월에개 집행유예 2년, 선처 이유는

법원은 A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피해 회사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쌓아 올린 기술 자산을 유출해 산업 경쟁력에 해를 끼쳤고,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실형을 면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유출한 정보가 영업비밀 중 부분적인 정보로 보이는 점, 어떠한 경제적 대가와 결부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2023고단4340 판결문 (2025. 6. 27. 선고)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