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외화 팔다 보이스피싱 계좌로 이용됐는데, 내 예금 돌려받을 수 있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외화 팔다 보이스피싱 계좌로 이용됐는데, 내 예금 돌려받을 수 있나?
중대한 과실 있으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보호 대상 제외될 수 있어
플랫폼 주의문 무시·명의 미확인 등이 과실 판단 핵심 변수

중고거래로 외화를 팔던 중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판매자가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예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셔터스톡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외화를 팔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가 이용됐다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당한 것이니 당연히 피해자가 아닐까 싶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나도 속았다'는 주장만으로는 예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실제 소송에서 확인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당근마켓에서 홍콩달러 7만 달러를 팔겠다고 글을 올린 A씨는 구매자와 연락해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줬다. A씨 계좌에는 판매대금 명목으로 1,290만원이 입금됐고, A씨는 곧바로 홍콩달러를 건넸다.
그런데 입금자는 구매자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조직은 피해자에게 A씨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한 뒤, A씨에게서 외화를 가로채는 '3자 사기' 수법을 썼다.
이후 A씨 계좌는 지급정지됐고,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예금채권까지 소멸했다. A씨는 소송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법적으로 왜 문제가 되나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A씨가 '중대한 과실'로 사기 이용 사실을 몰랐는지 여부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이 정당한 물품 거래로 돈을 받았더라도, 계좌가 사기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예금채권 소멸을 막기 위한 이의제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보이스피싱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주의를 게을리했다면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법원이 중과실 근거로 삼은 것은 당근마켓이 거래 메신저 화면에 띄운 '외화거래 3자 사기 주의' 안내문이었다. 안내문에는 입금자와 거래 상대방 명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구매자가 직접 이체하는 모습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이 안내를 따르지 않았고, 계좌번호를 미리 알려준 상태에서 명의 일치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거래 조건도 달랐다. 시세보다 유리한 가격에, 외화 확인도 하기 전에 거액이 먼저 입금되는 방식이었다. 법원은 이런 비정상적인 정황을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사기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처벌 수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이 계좌 이용 사실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이의제기가 배척되어 해당 예금채권이 소멸된다. 중대한 과실 여부는 플랫폼 주의문 열람 여부, 거래 명의 확인 여부, 비정상적 거래 조건 인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형사책임 가능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외에, 만약 행위자가 사기 가담 사실을 알았거나 방조한 경우라면 사기방조죄(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의 2분의 1까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씨의 범행 가담은 없었다고 봤으나, 상황에 따라 형사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면 환급 가능 여부와 법적 대응 방향을 법률 전문가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