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흘러간 대전 축제…시금고·공기업 협찬의 진실은?
160억 흘러간 대전 축제…시금고·공기업 협찬의 진실은?
시금고·공기업 '불법 협찬', 기부심사위 '패싱'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질의하는 한병도 의원 / 연합뉴스
대전시의 핵심 축제인 '대전 0시 축제'가 시 예산 외에 시금고, 공기업, 민간기업의 기부금까지 동원하는 '편법 재정 구조'로 운영됐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적 쟁점 분석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대전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총액은 160억 원 규모다. 이 중 시비 124억 7천만 원 외에 민간기업 기부금 19억 9천만 원, 시금고 협찬금 11억 5천만 원, 공기업 협찬금 5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의원은 축제 공동주관 단체인 대전사랑시민협의회가 명목상 비영리 공익법인임에도 2023년 전체 지출의 92%인 8억 9천여만 원을 0시 축제 관련 지출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로 유입된 기업 출연금은 2022년 전혀 없었으나, 0시 축제 시작 후인 2023년에 8억 9천만 원으로 급증하고 지난해에도 6억 5천만 원을 기록했다.
한 의원은 "0시 축제 시작 후 갑자기 늘어난 기부금은 행정 권력의 영향력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행정 권력을 이용한 불투명한 모금 구조 의혹을 제기했다.
법정 심의 기구 '패싱': 기부금품법 위반 논란
대전시의 해명과 운영 방식은 현행 법규와 상충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대전시는 「기부금품법」과 대전시 관련 조례에 따라 민간 협찬 및 기부금 수령 시 사전 심의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202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기부심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기부금이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체결한 계약이므로 기부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적 분석에 따르면, 「기부금품법」 제5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자발적 기탁 금품이라도 원칙적으로 접수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만 접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전시가 이 위원회를 미개최한 것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위법성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요 협찬 기업인 하나은행(시금고)과 한국수자원공사(공기업) 등이 대전시와 직무상 관계를 가진 단체라는 점에서 대전시의 '자발적 기탁' 주장은 진정한 의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 판례 역시 "공무원이 기부를 권유할 때 그 권유를 받는 대상의 입장에서는 공무원의 지위와 권한으로 인하여 사실상 기부를 강제 받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직무관련자 금품 수수 '청탁금지법' 저촉 소지
대전시와 직무상 관계가 있는 단체들로부터의 협찬금 수령은 청탁금지법(제8조 제2항)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시금고와 공기업 등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단체들로부터 축제 시작 후 기부금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행정 권력의 영향력을 의심하게 하는 핵심 정황이다.
이러한 금품 수수는 청탁금지법이 정한 예외 사유(공식 행사에서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명목상 비영리법인인 대전사랑시민협의회가 축제 운영을 위한 우회 통로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은 지방재정법상 기부·보조 제한 규정의 잠탈 가능성까지 낳는다.
축제 재원이 시비, 금고 지원, 공기업 후원, 기업 기부가 뒤섞인 구조임에도 "결산서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로 인식된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사원 감사 청구' 검토
한병도 의원은 "시비, 금고 지원, 공기업 후원, 기업 기부가 뒤섞인 구조는 결산서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안을 '불투명한 권력형 모금 구조'로 규정했다.
한 의원은 "절차적 위법성(기부심사위원회 미개최), 실체적 위법성(직무관련자로부터의 금품 수수), 재정 투명성 저해, 우회적 공금 지출 가능성 등 본 사안의 핵심 문제점은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하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방자치단체 축제 운영에 있어 재원 조달의 투명성 확보와 법적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향후 감사 결과에 따라 대전시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와 법적 책임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