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달라' 소송 건 세입자, 우리 집으로 몰래 숙박 영업 중이었다면?
'보증금 달라' 소송 건 세입자, 우리 집으로 몰래 숙박 영업 중이었다면?
전세대출 이자까지 내줬는데 '만실'이라 못 나간다 버티는 세입자
계약 위반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세입자 B씨의 사정을 봐줘 전세대출 이자까지 대신 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B씨는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약속했던 퇴실일이 다가오자 돌연 말을 바꿨다.
알고 보니 B씨는 A씨 몰래 2년 가까이 집을 단기 임대 플랫폼에 올려 숙박 영업을 해왔다. 퇴실을 거부한 이유 역시 숙박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B씨의 불법 영업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약속했던 이자 지급도 중단할 수 있을까?
이사 나간다더니…'만실'이라며 퇴실 거부하고 소송 건 세입자
A씨와 세입자 B씨의 전세계약은 2026년 4월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B씨는 지난 3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는 B씨의 사정을 고려해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몇 달이 지나도 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자, 둘은 다시 합의했다. B씨는 최대 오는 10월까지 기다려주는 대신, A씨가 지난 8월부터 B씨의 전세대출 이자를 매월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며칠 뒤 B씨는 A씨에게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에 새 세입자가 구해져 9월 말 입주를 희망했지만, B씨는 말을 바꾸며 9월에는 이사할 수 없다고 버텼다. 심지어 협박성 문자까지 보냈다.
이상하게 여긴 A씨가 알아보니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서에 '전대차(재임대) 불가' 조항이 있었음에도, B씨가 2025년부터 단기 임대 플랫폼 '33m2'를 통해 숙박 영업을 해왔던 것이다. B씨가 9월 퇴실을 거부한 이유도 오는 10월까지 숙박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자 지급 합의', 세입자가 신뢰 깼다면 지킬 필요 없어
A씨는 B씨에게 더는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임대인의 동의 없는 전대차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며, 이를 근거로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법적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빌린 집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줄 수 없다(민법 제629조). 이를 어기면 임대인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임대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반복적으로 숙박·전대해 수익을 얻었다면 계약 위반의 정도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자 지급 합의 역시 '세입자가 성실히 협조한다'는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임차인의 무단 전대 영업 및 신규 임차인 입주 방해는 양측의 합의를 임차인이 먼저 위반한 것"이라며 "따라서 9월 이자 지급을 거부하고 합의 위반을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당수익 환수하고, 미신고 숙박업으로 고발까지 가능
세입자의 불법 영업에 대해 강력한 대응도 가능하다. 우선 B씨가 무단 전대로 얻은 수익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 처벌을 검토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 태일 최지우 변호사는 "지자체 신고 없이 단기 임대 영업을 한 것은 미신고 숙박업에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라며 "경찰 고발 카드로 강력한 법적 압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직접 통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직접 통보해 압박하면 공갈로 문제 될 수 있다"며 "신고·제보는 별개로 진행하고, 협상 카드로 명시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증거 확보'
변호사들은 법적 대응에 앞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시티 이지훈 변호사는 "33m2 매물 페이지, 2025년부터 시작된 리뷰, 예약 현황 등을 즉시 캡처하여 PDF로 저장해야 한다"며 "삭제에 대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 역시 "계약서, 문자, 합의 내역 등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증거 보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A씨는 이렇게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B씨가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무단 전대 사실을 주장하고, 부당이득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해 보증금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상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