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말 믿고 매매계약 체결했는데 전세 파기…계약금 5,400만 원 누가 책임지나
중개인 말 믿고 매매계약 체결했는데 전세 파기…계약금 5,400만 원 누가 책임지나
부동산 말에 매매계약 체결
전세계약 파기 통보에 '날벼락'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세 가계약 됐으니 이사 갈 집 알아보세요" 부동산 중개인의 이 한마디에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의 꿈이 5400만 원을 잃을지도 모를 악몽으로 변했다.
중개인의 말을 믿고 덜컥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전세계약이 파기됐다'는 통보에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중개인의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전액 배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믿었던 부동산의 한마디, 5400만 원의 덫이 되다
오는 8월 전세 만기를 앞둔 사회초년생 A씨.
조기 퇴거를 위해 집주인과 합의 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에 전세 매물로 내놨다.
지난 2월 23일, 부동산으로부터 "가계약 되었으니 집 알아보라"는 연락을 받은 A씨는 서둘러 새집을 물색했다.
정책대출 심사에 최대 60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A씨는 같은 날 다른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 매매 가계약을 맺고, 이틀 뒤인 25일 본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5400만 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며칠 뒤, A씨는 기존 전셋집 중개인으로부터 전세계약이 파기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매매계약 파기 시 계약금 5400만 원을 모두 잃게 될 상황에 처한 A씨는 망연자실했다.
"중개사 책임" vs "본인 과실"…엇갈리는 전문가 시선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중개인의 법적 책임을 두고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핵심 쟁점은 중개인이 '가계약'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을 얼마나 확정적으로 전달했느냐다.
김영호 변호사는 "부동산이 전세계약이 확정되었다고 안내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으나, 실제로는 전세계약이 파기되어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중개업자의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라며 중개인의 책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면 홍윤석 변호사는 "가계약은 파기 가능성이 존재하며, 중개사의 단순 연락과 의뢰인의 새로운 매매계약 체결 사이의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하며 손해배상 청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중개인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액이 상당 부분 깎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황미옥 변호사는 A씨가 서둘러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이사 나갈 집을 알아보라고 한 날에 대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하여 가계약하고 곧이어 본계약까지 체결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사건의 경과로 보이기도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과실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상당 부분 과실상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A씨의 과실도 참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소송보다 '손실 최소화'가 먼저…현실적 대응책은?
다수의 변호사들은 당장 소송에 돌입하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심준섭 변호사는 "현실적으로는 새 세입자를 빠르게 구하고, 매수계약 상대방과 잔금일 연장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손실 최소화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매매계약 상대방인 매도인에게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잔금 지급 기일을 연장하거나 합의 해제를 논의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법적 다툼을 준비하더라도 증거 확보가 우선이다.
고준용 변호사는 중개사가 당시 특수한 사정을 인지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안내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화 녹음이나 문자 등의 증거 확보가 책임 인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증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섣부른 법적 다툼보다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