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혜미 논란⋯'사기죄' 좌우할 결정적 요소 두 가지
블랙스완 혜미 논란⋯'사기죄' 좌우할 결정적 요소 두 가지
'5000만원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블랙스완 혜미
"돈 빌려줬는데 연락 끊고 잠적" vs. "자발적으로 준 것" 진실 공방

걸그룹 블랙스완의 멤버 혜미가 사기 혐의로 고소 당했다. 변호사들은 "지금 드러난 정도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성립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스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5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걸그룹 블랙스완의 혜미(24). 그의 한때 팬이었던 A씨가 "사기당했다"고 폭로해 벌어진 이 사건은 진흙탕 싸움이 돼가고 있다.
혜미 측은 "A씨가 자발적으로 돈을 줘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고 하고 있고, A씨 측은 "(혜미가) 성공하면 돈을 다 갚겠다더니 잠적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둘 사이에 수천만원의 돈이 오간 것 자체는 양측 모두가 인정하지만, '돈을 준 이유'에 대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혜미 측이 A씨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면서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로톡뉴스는 지금 드러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혜미의 사기죄 성립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은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판도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변수' 역시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혜미가 5000만원을 전부 빌렸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갚지 않는 건 형사상 사기 등의 범죄가 아니다. 민사상 채무-채권(돈을 빌리고 갚음)의 문제에 불과하다. 돈을 빌린 다음 어쩔 수 없이 갚지 못하게 된 경우 역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사기죄가 성립하는 건, 돈을 빌렸을 때 혜미가 A씨를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한 경우다. 당시 돈을 갚을 의사 또는 능력이 없었는데도, A씨를 속여 5000만원을 받아냈다면 그건 형법상 사기죄(제347조)가 성립한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지금 드러난 정도로는 혜미가 A씨를 속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총 세 가지였다.
①A씨가 팬심에서 돈을 지원한 것처럼 보이는 점
A씨는 돈을 빌려준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혜미가) 돈 때문에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혜미가 가수로 성공하길 바랐기 때문에 도와줬다."
A씨는 "이성적인 호감이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우선은, 그녀의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연인 관계'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이 부분이 혜미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A씨가 '혜미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돈을 보냈다면, 어떤 조건이 걸려 있는 경제적 지원이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22년간 판사로 근무한 류홍섭 변호사(변호사 류홍섭 법률사무소)는 "이 사건은 두 사람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A씨가 정말 순수한 팬의 입장에서 조건 없이 밀어준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기죄의 구성요건 중 '기망'이 부정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기망이란 재산상 거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소극적 모든 행위를 말하는데, '조건 없이' 돈을 준 거라면 기망이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도 "A씨가 대가 등을 바라지 않고, 스폰서 차원에서 지원해 줬다면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②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를 애매하게 정한 점
변호사들은 "혜미에게 유리한 게 한 가지 더 있다"며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를 애매하게 정한 점"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세결의 최영 변호사는 "A씨 주장에 의해서도 '성공하면', 즉 '돈을 벌면' 돈을 갚기로 했으니 지금 당장 돈을 못 갚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 성립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홍섭 변호사도 "언제까지 갚겠다고 특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혜미가 이제라도 돈을 갚는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고,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신동협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확하게 돈을 갚는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조건 사기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돈을 갚기로 한 시기가 애매하니, 혜미에게 '돈을 갚을 의사가 없었다'는 점도 불분명해진다는 취지였다.
③혜미가 소액의 생활비를 수시로 빌려 간 점
공개된 계좌이체 내역상 A씨가 혜미에게 소액의 생활비를 수시로 보내준 점 역시 "사기죄 성립을 어렵게 한다"고 변호사들은 분석했다.
사기죄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였을 때 성립한다. 그런데 하루 2만원 등의 생활비까지 지원한 것으로 볼 때 변호사들은 "혜미가 경제적 능력을 속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A씨도 혜미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점을 알고도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동협 변호사는 "소액을 지속적으로 보내주고, 집도 얻어준 것을 보면 혜미에게 당시 자력이 없었던 점을 A씨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고,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 역시 "A씨가 혜미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최영 변호사 역시 "A씨도 돈을 빌려줄 때 이미 혜미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드러난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아니라 단순 민사 채무관계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지금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기죄를 성립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별도로 "특별한 기망 행위가 있었던 경우가 그것"이라고 했다. 먼저, ❶혜미가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었음에도 A씨에게 이를 숨기고 연인이 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경우다.
류홍섭 변호사는 "해당 사실이 인정되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며 "A씨는 혜미가 연인 등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의사인 것으로 알고 돈을 지원했다면, '기망' 행위가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A씨의 주장대로 오피스텔에서 혜미가 다른 남자와 비밀 데이트를 했고, 이런 사실을 혜미가 숨긴 게 맞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소속사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인과 증거가 다 있다"고 반박한 상태다.
❷A씨가 용도를 정해 돈을 빌려줬는데, 알고보니 혜미가 유흥비로 사용했다면, 마찬가지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최영 변호사는 분석했다. A씨는 "빌려준 돈이 대부분 유흥비로 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소속사는 "악의적 폭로"라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
"생활비와 어머니의 문제를 해결한다며 돈을 빌려갔는데, 사실은 모두 유흥비로 썼다면 A씨를 착오에 빠트렸으므로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최 변호사는 말했다.
김지혁 변호사도 "실제 연인 사이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면, 용도에 맞게 돈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사기죄 성립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이 경우도 "혜미가 생활비를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혜미는 디알뮤직을 통해 "우선 경솔한 행동으로 소속사와 팬 여러분께 누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혜미는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sns로 만났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프리카TV BJ로 잠시 활동하던 기간 수도 없이 별풍선을 제공한 '아프리카 회장(별풍선을 많이 협찬하는 사람을 속칭 '회장'이라고 함)'이 있어, 고마운 마음에 만남을 가졌던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
그런데도 A씨가 숙소인 오피스텔에 와서 술 마시며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며 잠자리를 요구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해 기피할 수밖에 없었다. 500만원이란 돈을 빌린 것 외에는, 대부분 A씨 본인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연락도 없이 집에 찾아오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지만, 성적인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않았다. 오피스텔 보증금이라고 표현된 금원도 고소인 주장과 같이 수천만 원이 아닌 120만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빌린 500만원도 11월 이후 변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했고, 여자로서 계속 잠자리요구나 만나자고 하는 것이 무서워 연락을 피한 것이지 사기를 치거나 악의적으로 잠수를 탄 적이 없다. 어차피 활동을 시작하는데 잠적은 할 수가 없다. 법적 소송을 통해 조목조목 모든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