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기증으로 낳은 아이, 이혼하면 남남? 남편의 '친생자 부정' 통할까
정자 기증으로 낳은 아이, 이혼하면 남남? 남편의 '친생자 부정' 통할까
협의 이혼 후 "내 자식 아니다" 친생자 부존재 소송 제기
변호사들 "인공수정 동의했다면 유전자 불일치해도 친자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0년간 금쪽같이 키운 아이에게 아버지는 비수를 꽂았다. 아이가 제3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급기야 이 남성은 유전자 검사 결과표를 들이밀며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 내 핏줄이 아니니 아버지로서의 책임도, 양육비도 질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유전적으로 남남인 아빠와 아들. 법적으로도 남남이 될 수 있을까.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과 친자 관계 성립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다뤄졌다.
"정자 기증 동의 안 했다" 발뺌하는 남편
사연을 보낸 A씨는 지난 2015년 결혼했다. 남편의 무정자증 진단으로 부부는 제3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얻었다. 남편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살뜰히 돌봤다.
파열음은 이혼 과정에서 터졌다. 협의 이혼 당시만 해도 양육비를 주겠다며 공증까지 섰던 남편이 돌변했다. 그는 다툼 도중 아이에게 출생의 비밀을 폭로했고, 곧바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의 무기는 유전자 검사 결과였다. 실제로 남편과 아이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남편은 이를 근거로 "나는 인공수정에 동의한 적도 없다"며 아버지의 의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핏줄 아니어도 혼인 중 임신이면 친자식
법조계의 판단은 단호했다. 설령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친자식이 맞는다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한 신고운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그 근거로 민법 제844조 '친생자의 추정'을 들었다. 우리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신 변호사는 "친생 추정 규정의 입법 취지와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춰볼 때, 혼인 중 출생한 인공 수정된 자녀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즉, 부부가 합의해 낳았다면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냐를 따지지 않고 법적 아버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동의서 없어도 '행동'이 증거가 된다
관건은 남편의 "동의한 적 없다"는 주장이었다. 만약 병원에 남편의 자필 동의서가 남아있지 않다면, 남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까.
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 "동의서가 없더라도 동의가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남편이 아이의 출생과 양육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들이 묵시적 동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남편은 인공수정 사실을 알면서도 출생 신고를 했고, 상당 기간 실질적인 친자 관계를 유지하며 아이를 자신의 자녀로 공시했다"며 "이런 일률적인 행동들을 볼 때 동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친생부인 소송? 기간도 지났다
법적인 절차상으로도 남편의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민법상 '친생 부인의 소(내 자식이 아님을 확인하는 소송)'는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신 변호사는 "친생 부인을 할 수 없게 되면 2년이 지난 뒤 자녀의 법적 지위는 친생자로 확정된다"며 "혈연관계를 따져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남편은 유전자 불일치를 이유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