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에 '법적대응' 압박받는 피해자를 위한 조언⋯진짜 고소하면? 무고죄로 고소해라
학폭 가해자에 '법적대응' 압박받는 피해자를 위한 조언⋯진짜 고소하면? 무고죄로 고소해라
뒤늦게 밝혀진 학교폭력 사건⋯시간이 너무 흘러 가해자가 법적책임 지는 경우 극히 적어
확실한 증거 없는 피해자는 '막막'⋯이를 이용해 "강경 대응" 응수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학폭 피해 폭로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면? 변호사들 "무고죄로 방어"

과거 겪었던 학교폭력 사실을 세상밖에 꺼내놓는 사람들. 가해자가 버젓이 존재하지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대응 기간은 모두 지나버렸다. 이를 바탕으로 가해자들은 오히려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압박하기도 한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과거 겪었던 학교폭력 사실을 세상밖에 꺼내놓는 사람들. 온라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다. 가해자가 버젓이 존재하지만, 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대응 기간은 모두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피해자를 압박한다. 과거에 벌어진 일이고, 학교폭력 사실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자가 도리어 명예훼손죄의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증거도 없는 피해자는 당하기만 해야 할까. 이 사건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변호사들이 한 가지 카드를 꺼냈다.
"(학교 폭력이 사실이라면)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형법은 다른 사람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한 사람을 무고(誣告)로 처벌하고 있다(제156조). 무고죄가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숱하게 형사 사건을 맡아온 변호사들도 "무고죄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말 그대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고의성'을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나는 정말 억울해서 고소를 했다. 그런 (학교 폭력) 사실이 없는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반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고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다. 가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증거가 있는데도 허위사실이라며 피해자를 고소한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해자가 단순히 학교폭력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서, 피해자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고소한 경우라면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제한 것처럼 '고의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를 압박하려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가해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학창시절 학교폭력위원회의 징계내역이 있거나 ▲피해자가 밝힌 피해 정황을 직접 목격한 목격자가 나온 경우 등이 여기 해당한다고 심 변호사는 설명했다.
심 변호사는 "이런 경우라면 가해자가 자신의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도 피해자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면, 무고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폭력 사실이 적극적으로 증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 가해자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고소 당시에 자신의 문제 행위를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추정이 되기 때문이다.
심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관한 증거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무고죄 성립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학창 시절을 함께 함께한 여러 사람이 목격자로서 학교폭력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경우, 이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심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 정도라면 과거 사실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