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엔 가고 싶은데, 전광판에 얼굴 팔리긴 싫어" 법적으로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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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엔 가고 싶은데, 전광판에 얼굴 팔리긴 싫어" 법적으로 보면 이렇다

2025. 07. 21 10: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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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EO 사임 불러온 '콜드플레이' 사건

국내법상 초상권 침해·명예훼손 소송감

지난 16일 콜드플레이 콘서트 도중 불륜이 들통 난 전광판 영상. /연합뉴스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미국 콘서트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만약 한국이었다면 주최 측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공연을 즐기던 기업 CEO가 전광판에 단 3초 노출된 뒤 불륜 논란으로 사임까지 하게 된 이 사건, 국내법의 잣대로 들여다봤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였다. 당시 공연장 대형 전광판은 '키스 캠'처럼 관객석을 비추고 있었고, 한 남녀의 다정한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뒤에서 껴안는 등 연인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모습이 생중계되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며 화면을 피했다.


이 모습을 본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은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수줍음이 아주 많은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3초 남짓한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영상 속 인물은 유부남이었던 미국 IT기업 CEO 앤디 바이런과 같은 회사 최고인사책임자(CPO) 크리스틴 캐벗으로 특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런 CEO는 결국 사임했다.


공연장 입장했다고 전광판 노출까지 동의한 건 아냐

한순간의 영상으로 직장과 명예를 모두 잃은 두 사람. 이들이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면 공연 주최 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소송이 충분히 가능하다. 핵심 근거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초상권'이다. 우리 대법원은 초상권 침해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물론, 공연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한 행위 자체는 어느 정도의 촬영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법원은 그 동의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당사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조롱 섞인 발언과 함께 영상이 퍼져나가 '불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결부될 수 있는 방식의 노출까지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초상권 침해를 넘어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로 이어지며, 모두 국내법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된다.


'전광판 데뷔' 피하고 싶다면…마스크·사각지대 활용해야

그렇다면 공연의 흥겨움은 즐기되, 원치 않는 '전광판 데뷔'는 피하고 싶은 관객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적으로는 공연장 측에 입장 전 초상권 보호를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관객이 이런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마스크나 모자 등을 착용해 얼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카메라가 자주 비추는 무대 중앙이나 통로 좌석을 피해 사각지대 좌석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동의 없이 촬영돼 초상권이 침해됐다면 즉시 공연장 측에 해당 영상이나 사진의 삭제를 요청하고,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삭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이는 한국의 어느 공연장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즐거움을 위해 찾은 공연장에서 한순간의 노출로 사생활이 무너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주최 측의 세심한 주의와 관객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는 것 모두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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