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벌목으로 벌금 3300만원 내고, 토지보상금 300억 더 챙긴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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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벌목으로 벌금 3300만원 내고, 토지보상금 300억 더 챙긴 회장님

2021. 05. 17 21:42 작성2021. 05. 18 11:1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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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앞 전원주택⋯산림자원법 어기고 불법 개발해 처벌 받았는데

주변 토지보다 수용보상금은 2배⋯그런데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어렵다"고 본 이유는?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 불법으로 산을 깎고 나무를 베었다. 실제로 이 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등이 선고되며 처벌을 받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할 만한 재테크였다. 300억의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카카오맵⋅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회장님'은 불법으로 산을 깎고 나무를 베었다. 부동산업계 큰손이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난개발에 나선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임야보다는 평지가 개발허가를 받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 설사 개발허가가 나지 않더라도 토지를 수용할 때 몸값을 높여 부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가설은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말 양재동 강남대로 인근 토지 1만 1976㎡(약 3600평)를 말죽거리 근린공원 부지로 수용했다. 해당 토지는 모델하우스 업계 큰손인 A씨의 소유였다. 수용보상금만 606억원 규모로, 3.3㎡(1평)당 1670만원꼴이었다.


함께 수용된 주변 부지의 평균 보상가는 3.3㎡당 800만원대. 가격 차가 2배 이상 벌어진 데는 A씨 땅이 평평하게 정리돼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800만원대의 값이 매겨진 땅은 나무가 빽빽이 심겨 있었지만, A씨 땅은 잘 정돈된 평지였다. 결과적으로는 법을 지키며 산림을 보존한 토지보다,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땅이 더 비싼 값에 팔린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법을 어긴 사람이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봤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봐도 A씨가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득이 300억원대란 이야기가 된다. 로톡뉴스는 A씨가 더 받아간 보상금을 반환 하라고 할 수는 없을지 변호사들에게 직접 물었다.


"내 땅이니까 내가 알아서 해" 산림은 그러면 안 되는데⋯

우리 산림자원법은 산지에서 벌목할 때 관할 지자체장이나 지방산림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제36조). 산지를 다른 목적의 토지로 변경하는 일 역시 산지관리법상 지자체장의 허가사항으로 두고 있다(제14조). 아무리 사유지여도 의무는 동일하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산림을 관리·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A씨는 이 과정을 모두 묵살했다. 지난 2016년 2월, A씨는 이 사건 토지 4050㎡(약 1200평)에서 나무 113그루를 임의로 잘라냈다. 두 달 뒤에는 굴삭기 6대를 이용해서 4800㎡(약 1400평) 규모에 달하는 흙을 퍼냈다.


우리 법원은 A씨의 '셀프 산림 개발'이 부동산 가치를 띄우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김강산 판사는 산림자원법 위반 등 혐의를 물어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소유한 B회사에도 벌금 3000만원을 내도록 했다.


그나마 실형을 면할 수 있었던 건 산지를 원상복구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 있었다. 하지만 판결이 선고된 지 5년이 지나도록 산지 복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넓어진 정원 모습. 무허가 벌목의 결과물이었다. /카카오맵⋅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해를 거듭할수록 넓어진 정원 모습. 무허가 벌목의 결과물이었다. /카카오맵⋅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악어의 눈물? 괘씸하지만 토지보상 문제와는 별개⋯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정작 A씨에게 보상금을 토해내라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는 "A씨가 토지 감정평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또 다른 위법행위를 한 게 아니라면, 높은 보상가액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부당이득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산림 훼손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후 그로 인해 형질 변경이 됐고, 토지보상법 등 적법 절차를 거쳐 보상금을 수령했다면 사후 반환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원탑의 권재성 변호사는 "산림자원법 위반 행위와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 문제는 각기 다른 법령이 적용된 별개 행위"라면서 "A씨가 산림자원법을 위반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다른 법령에 근거해 이뤄진 토지보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두 변호사의 설명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A씨는 산림자원법 위반 행위(①)를 해서 땅에 있는 나무들을 죄다 뽑았다. 그리고는 그 너른 대지에 토지보상법(②)을 적용해 보상금을 타냈다. 상식적으로 산림을 훼손한 행위(①)가 보상금 액수를 올렸으니, 산림을 훼손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부당이득금을 산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그렇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순 없다고 했다. 우리 법에 따르면, 보상금 지급 절차(②)에 하자가 없었다면, 그전에 발생한 산림자원법 위반 행위(①)를 이유로 보상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 "감정평가 단계에서 왜 놓쳤나"⋯늦어버린 문제 제기 시점 지적

변호사들은 "토지주가 산림 훼손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는데 토지감정 단계에서 관련 내용이 검토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영 변호사는 "감정평가 당시에 이미 토지가 정원으로 잘 조성이 돼 있었다면, 감정평가사가 A씨의 불법행위를 감안해 임의로 감정가를 낮출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보상금을 지급하기 전, 토지 감정평가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면 어느 정도 보상가에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권재성 변호사는 "지자체가 A씨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감정평가 의견을 제출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을 했다면, 지금보다는 보상가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정평가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 등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부당이득 반환은 어렵더라도 판결에서 약속했던 산림 원상복구를 청구할 수는 있다"며 "서울시 등이 A씨를 대신해 산림을 원상복구한 뒤에, 소요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큰손인 만큼 누구보다 그 생태계를 잘 알았을 A씨. 난개발을 강행해 벌금 등 처벌을 받았지만, 현실적인 이득은 충분히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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