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맞고서야 끝난 흉기 난동…명절만 되면 32% 급증하는 가정폭력, 굴레 끊으려면
테이저건 맞고서야 끝난 흉기 난동…명절만 되면 32% 급증하는 가정폭력, 굴레 끊으려면
폭력은 반복되고, 기록은 무기가 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오후, 경기 양평군의 한 주택. 60대 부모를 폭행한 20대 아들 A씨가 흉기를 든 채 복도를 배회하다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제압됐다. 명절을 기점으로 곪았던 가족 갈등이 흉기 난동으로 번진 참극이다.
명절 연휴는 역설적이게도 가정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실제로 이번 설 연휴 기간(9일~18일)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하루 평균 90건에 달하며, 작년 대비 무려 32%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 폭력(3%)이나 절도(7%) 신고 증가율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속이나 돌봄 등 해묵은 갈등이 과음과 겹치며 폭발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뼈가 부러지진 않는다"… 은폐되는 폭력의 굴레
지난 추석 연휴 서울 노원구에서도 큰집에 가지 않겠다는 아내와 다투던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아내와 아들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흉기 난동이나 중상해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의 정진아 변호사는 "골절까지 오는 구타를 당하신 분들도 처음부터 골절이 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초기 대응이다. 폭력이 처음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피해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침묵을 택한다.
정 변호사는 "처음 폭력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별거 아닐 거다', '이번 한 번뿐일 거다', '애들 아빠인데, 애들 엄마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신고를 안 하신다"고 짚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밖에서 폭력이 스스로 멈추는 일은 드물다. 정 변호사는 "가정 폭력이라는 게 처음 하는 게 어렵지 한번 시작되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점점 그 양상이 발전하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가정폭력처벌법의 오해… "목적은 처벌이 아닌 분리와 보호"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부담감과 그로 인한 보복 두려움이다. 그러나 법의 실제 목적은 다르다.
정 변호사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가정 폭력 처벌법은 사실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가정 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자녀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더 좋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출동해도 "가정사니 원만히 해결하라"며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피해자가 보호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즉각적인 보호 절차가 가동된다.
대표적인 것이 '긴급임시조치'다. 이 조치가 내려지면 가해자는 주거지 100m 이내 접근이 불가능해지고, 전화나 문자 등 통신 연락도 법적으로 차단된다. 필요한 경우 피해자를 쉼터로 연계하는 등 실질적인 물리적 격리도 이루어진다.
단순한 권고가 아닌 법적 효력을 가진 강제 조치다. 또한 흉기를 사용하거나 아동·노인이 동반된 피해의 경우 고위험 가정으로 분류되어 선제적인 경찰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기록이 곧 무기다"… 사적인 폭력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야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앙심을 품은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신고 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폭력은 언성으로 시작해 집기를 던지는 행위를 거쳐 신체적 폭행으로 악화하는 철저히 사적인 영역의 범죄다. 한 번의 신고로 모든 위험이 완벽히 사라진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신고 이력이 축적될수록 이후 재발하는 폭력에 대해 사법부는 훨씬 더 강력한 보호 조치와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병원 기록을 남기거나 112 신고를 통해 사적인 폭력을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 되는 셈이다.
정 변호사는 "폭력이 세지면 자녀들이 그 앞에서 보는 경우가 많고, 이는 자녀들에게도 트라우마가 된다"며 "진작에 신고할 걸 하고 후회하는 분들이 많다"고 초기 대응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