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은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아웃팅'은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성 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본인의 허락 없이 폭로하는 행위를 뜻하는 '아웃팅'은 법적으로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A씨에는 비밀 하나가 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정말 손에 꼽을 정도만 아는 그 비밀은 바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그 시선을 아직 이겨낼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원치 않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 당했다. 그것도 자신의 전 애인 B씨에게. 서로 어떤 일로 인해 마음이 상했고, 다툰 채로 헤어졌었다. 그런데, B씨가 화를 삭이지 못하고 회사 앞으로까지 찾아온 것이다.
B씨는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A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A씨는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성 소수자의 성정체성을 본인의 허락 없이 폭로하는 행위를 뜻하는 '아웃팅.' 실제로 A씨처럼 성 소수자들이 아웃팅을 당하는 피해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7월, 소설가 김봉곤씨도 자신의 책에 성 소수자 지인의 카톡 내용을 무단으로 인용해 '아웃팅' 논란을 낳은 적 있다. 당시 피해자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법조계 지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원치 않는 아웃팅을 이유로 삼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아웃팅이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 법은 명예훼손을 크게 허위사실을 말한 경우와, 사실을 말한 경우 두 가지로 나눠 처벌하고 있다. A씨처럼 본인의 허락 없이 성정체성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폭로한 사례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에 해당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하고 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아웃팅을 당했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김장천 변호사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아웃팅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아웃팅 당시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①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②특정 인물을 향해 ③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사실이어야 한다.
A씨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회사 건물 앞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공연성(①)은 성립한다. 또한, A씨가 있는 자리에서 A씨의 '성정체성'을 폭로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성(②)도 성립한다.
다만, ③은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단순히 '동성을 좋아한다'라는 사실 만으로는 부족하다.
A씨의 성정체성을 밝히면서, 모욕적인 언사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말을 했고 그로 인해 A씨가 직장을 관두게 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도 "A씨가 성소수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고, 실제 일을 관두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아웃팅' 그 자체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이런 경우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하여 공개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해당 사실(성적취향)이 밝혀질 경우 주변으로부터 비판의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