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쿠팡 표적 수사" 투자사, 1300억대 ISDS 제소 위협... 배경은?
"한국 정부가 쿠팡 표적 수사" 투자사, 1300억대 ISDS 제소 위협... 배경은?
고란 기자 "쿠팡 주가 급락 탓 투자자 손실 주장"

미국 증시 상장사 쿠팡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 규제로 손해를 봤다며 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 모습. /연합뉴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계 유니콘' 쿠팡이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국내 이슈가 아닌 국제 분쟁 가능성 때문이다.
쿠팡에 투자한 미국계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 규제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표적 삼아 과도한 규제를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고란 경제 전문 기자가 해당 쟁점을 짚었다.
"한국 정부가 쿠팡만 팼다"⋯투자자들의 황당 주장
사건의 발단은 쿠팡의 주가 급락이다. 쿠팡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각종 규제와 조사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고란 기자는 "투자자들이 핵심 쟁점으로 삼은 건 미국 기업인 쿠팡을 표적으로 삼아 한국 정부가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사들이 제시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표적 수사 및 과도한 규제다.
고 기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과도한 압박을 했다는 주장"이라며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없는 노동, 금융, 관세 분야까지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인 점을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는 차별 대우다.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국내 대기업이나 중국 이커머스 업체(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를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쿠팡을 위축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고 기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알리나 테무를 잘나가게 하기 위해 쿠팡을 압박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투자사들은 이것이 한미 FTA의 '내국민 대우 원칙(외국 기업을 국내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셋째는 막대한 투자 손실이다. 고 기자는 "결국 한국 정부가 이렇게 압박해서 쿠팡 주가가 급락했고, 그로 인해 우리가 큰 손실을 봤으니 책임져라는 논리"라고 요약했다.
USTR 무역법 301조 카드까지⋯통상 압박 수위 높이나
더 큰 문제는 투자사들이 ISDS뿐만 아니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까지 넣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꺼내 든 카드는 무시무시한 무역법 301조다.
고 기자는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외국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매우 강력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항이 발동되면 쿠팡 문제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무역 분야까지 불똥이 튀어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순한 기업 조사가 한미 간 통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뇌관'이 된 셈이다.
정부 "정당한 법 집행일 뿐"⋯총력 대응 예고
우리 정부는 투자사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합동 대응팀을 꾸려 USTR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기자는 "정부는 차별적 요소는 없으며 내국민 대우 위반도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국내 기업이나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고, 쿠팡에 대한 조사는 누구나 지켜야 할 국내법(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혐의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 절차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최근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