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덕이다" 성희롱 댓글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변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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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덕이다" 성희롱 댓글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변호한다

2019. 11. 19 17:56 작성
장성수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ss.jang@lawcompa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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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법관들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하며, 때로는 감정마저 감춰가며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변호사의 Why

아무리 생각해도 판사는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건지, 검사는 왜 그렇게 수사를 한 건지, 변호사는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만 딱 알려주는 불친절한 기사에서 말해주지 않는 '진짜 이유'를 장성수 변호사가 분석합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한 판결에 논란이 일고 있다. 피고인은 국내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성 사진에 "6덕이네… 엉덩이봐라;; 와.. 꼽고싶다ㅜㅜ"는 댓글을 달아 모욕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선고를 받았다.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사진이 원치 않는 인터넷 공간에 올라가 위와 같은 댓글이 달렸는데,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저속한 댓글을 달았음이 명백한데도 무죄가 선고된 이유가 무엇일까?


변호사의 입장에서 국민 법 감정과 다소 괴리된 판단이 나오게 된 이유를 짚고, 그 괴리를 조정하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무죄'인 이유는 있다

재판부가 무죄 선고를 한 근본적인 이유는 '범죄를 증명할 증거 부족'이다.


우리 법은 죄형법정주의를 따른다. 이는 특정한 행위를 범죄라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법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이 우리 법 전반에 흐른다. 이 원칙에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권력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죄가 있다며 공권력을 집행하고, 모호한 법을 만들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법만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면 끝인가? 아니다. 현실은 모호성의 영역에 존재한다. 경상도 사투리의 "가가가가가"라는 문장을 보는 즉시 그 뜻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모호한 현실을 명확한 법에 대입하는 경우, 얼마든지 자의적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법원은 다음 판례와 같은 원칙을 갖고 있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가능성 있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정도라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유죄로 처벌하려면 다른 가능성을 의심할 수 없는 유죄의 확신을 증거로 입증해야 하며, 그 외는 모두 무죄라는 의미다.


'①열 명의 범죄자를 잡고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경우'와 '②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경우' 중 후자(②)를 선택한 것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어떤 사실과 사람의 속마음까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체적 진실이라 한다.


그러나 법체계는 인간의 창조물이고, 재판부 또한 결국 사람이기에 신과 같이 진실을 알기는 어렵다. 놓친 범죄자 열 명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만, 억울한 한 명이 입은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유죄가 어디 있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법은 진실에 다다르기 위한 중간 절차들을 촘촘하게 만들어, 절차들이 확실하다면 특정한 결론이 입증된다고 본다. 이를 절차적 진실이라 한다.


법원은 위 절차들을 보수적으로 입증해, 다른 개연성이 존재하리라고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는 정도로 입증할 수 있다면 그때서야 특정한 결론, 즉 유죄의 선고를 한다.


본 판결문에도 이러한 고민이 들어 있다. 피고인이 과거 별다른 노출이 없는 여배우에 관한 게시글에 "너넨 둘 중 누굴 꼽냐??"라는 댓글을 단 적이 있는 점,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꼽다'와 '꽂다'의 맞춤법을 혼동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성관계의 의미로 '꼽고 싶다'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다.


여전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왜 그런 판결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모욕죄 법리를 적시한 판례를 인용해 무죄 이유를 더한다.


나아가, 성관계의 의미로 '꼽고 싶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피해자의 외모 등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언급한 것이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음란한 문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판단이나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음란한 문언에는 해당하나, 모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저 표현이 모욕이 아니면 무엇이 모욕이란 말인가?


모욕이 모욕으로 인정되기 위해 판단해야 할 많은 것들

법원은 모욕죄를 판단할 때 특정한 표현이 있다고 무조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고 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을 짚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법원은 모욕죄를 판단할 때 특정한 표현이 있다고 무조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고 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을 짚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해야 한다(형법 제311조).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파가능성이다. 인터넷 댓글을 올리는 행위는 넉넉히 공연성이 인정된다. 그럼 모욕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모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


2017도2661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모욕이란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 해야 한다. '사회적 평가'를 국어사전에서 찾는다면 "사회에 관계되거나 사회성을 지닌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평가"라고 설명한다. 즉, 특정인이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떨어뜨렸을 경우,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 재판부는 해당 댓글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지 파악하고자 '육덕'의 사전적 의미를 언급한다.


'육덕(肉德)'의 사전적 의미는 "몸에 살이 많아 덕스러운 모양"인데, 여성이 풍만하다거나 성적 매력이 있다는 의미(언급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 있다)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육덕을 후자의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〇〇〇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부는 '꼽고 싶다'를 '꽂고 싶다'로 사용하였을 때 또한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성관계의 의미로 '꼽고 싶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〇〇〇의 외모 등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언급한 것이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음란한 문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〇〇〇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판단이나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불쾌한 성적 표현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가치를 떨어뜨리는 평가는 아니며, 모욕죄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언사가 모욕죄의 유죄가 인정되는 표현인가? 과거 모욕이 인정된 판례를 예로 들고자 한다.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좆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 (대법원 2016.10.13 선고 2016도9674 판결)
"빨갱이 계집년", "만신(무당)", "첩년" (대법원 1981.11.24 선고 81도2280 판결)


이외에도 1심 판결에서 "자기 잘못을 모른다. 네가 최순실이냐", "일베충", "한남충" 등이 모욕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하다. 법원은 모욕죄 인정 시, 특정한 표현이 있다고 무조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 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을 짚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과거 모욕죄가 인정됐지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인정하지 않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무도 변호해주지 않는, 고독한 재판부를 위한 변호

법에 대해 친숙하지 않다면, 일반적으로는 법원이 피고인의 모든 잘못을 낱낱이 밝혀 유죄를 선고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 법은 법원에게 생각보다 많은 권한을 주지 않았다.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특정한 부분에 한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권한만을 갖는다. 재판부 또한 피고인을 처벌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법관은 자의적인 국가권력 행사를 막도록 설계된 법에 따르도록 훈련받았다.


다수의 법관들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하며, 때로는 감정마저 감춰가며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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