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으로 40도 고열에도 출근하다 사망한 유치원 교사⋯마지막 남긴 말은 "죄송하다"
독감으로 40도 고열에도 출근하다 사망한 유치원 교사⋯마지막 남긴 말은 "죄송하다"
코로나 양성에도 "타이레놀 먹고 일해라"
사립학교법상 '병가'는 유명무실

독감으로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리던 사립유치원 교사가 출근 후 숨졌고, 병가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노동 현실이 지적됐다. /셔터스톡
독감으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출근길에 올랐던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결국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의식불명에 빠지기 전, 그가 원장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건강에 대한 호소가 아닌 "죄송하다"는 사과였다.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유승민 작가와 함께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노동 실태를 조명했다.
방송에 제보를 전한 전직 사립유치원 교사는 "진짜 저는 노예였다고 생각한다"며 "병가나 조퇴라는 개념도 없었고, 아무리 아파도 무조건 근무를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법에만 있는 병가⋯코로나 확진에도 "약 먹고 일해라"
현행 사립학교법상 교사의 병가 신청권은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유아교육법에는 교사 결원 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명확한 법적 조항과 시스템이 미비하다.
유승민 작가는 "내가 쉬면 동료 교사가 수십 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구조"라며 "당연히 그 공백을 원장이 메꾸거나 휴가를 권고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출근을 종용하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실태는 더욱 참담했다. 유 작가는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자가진단 키트로 양성 판정이 나오자 교사들에게 타이레놀을 나눠주며 '병원에 가지 말고 약 먹고 일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병원 다녀오면 단톡방 '투표 벌칙'⋯직장 내 괴롭힘의 온상
아프다는 이유로 쉴 경우 직장 내 집단 따돌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성대결절로 병가를 다녀온 뒤 괴롭힘을 당한 현직 사립유치원 교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교사는 "오한이 오고 호흡이 안 돼 병원에 갔더니 공황장애 체크리스트를 줬다"며 "이후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기어가듯 정신과에 갔고, 직장 내 괴롭힘과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발작 소견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따돌림이 두려워 진단서조차 내지 못했다. 돌아온 것은 근무 시간에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부여된 '페널티'였다.
유 작가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해당 교사에게 야근을 시킬지, 아침 7시 당직을 시킬지 전체 직원이 투표로 결정해 당직을 서야 했다"고 전했다.
감염병 앞에서도 못 쉰 교사들, 제도적 보호 장치 시급
문제는 이를 제재할 국가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유 작가는 "교사가 4년 동안 증거를 모아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를 찾아갔지만, 서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떠넘겼다"고 꼬집었다.
대다수 사립유치원 교사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로, '2년을 버티면 오래 버텼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근속 연수가 짧고 지위가 취약하다.
오는 3일, 서울 보신각에서는 고열 속 출근길에 스러진 부천 유치원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열린다. 한 청년의 비극이 개인의 불운으로 남지 않기 위해, 붕괴된 법과 제도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우리 사회가 뼈아프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